누이 좋고 매부 좋고

2025-07-13     김주호 <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
<strong>김주호</strong>

지난달 5일 결성면에 위치한 만해 한용운 선사 생가지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생가지 부근의 축산 악취로 인한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40여 명이 모여 ‘만해생가환경개선사업회(회장 이성찬, 이하 사업회)’를 결성하고 발대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10여 분의 대한불교 조계종 7교구 수덕사 스님들과 이종화 충남도의회 의원을 비롯한 홍성군의회 의원들, 관내 기관단체장이 다수 참석해 사업회의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필자는 불교신자도 아니고 사업회 회원도 아니지만 40년간 교육자로 재직하면서 호국보훈과 환경교육에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한 바 있어 초청인사도 아니지만 그 행사에 참석해 지켜봤다.

그 목적은 관계기관의 후원을 받아 사업회와 축산농가 경영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손해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악취제거에 노력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옳은 일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축산농가에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용이 드는 일이라서 협조할 수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 사업회가 구속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어떤 제재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공연히 일만 벌여놓고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사업회와 축산농가 간 협의만으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필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만해 선사(萬海 禪師)와 수덕사에서 입적한 만공 선사(滿空 禪師)의 호국 의지를 본받기 위해 매년 두세 번씩 수덕사와 만해 생가를 찾아가곤 한다.

만해 선사의 독립투쟁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만공 선사는 그렇지 못하다. 만공선사께서 1937년 미나미 조선총독 재임 시에 전국불교 본사 주지회의를 열고 한국불교를 일본불교에 예속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총독 면전에서 ‘정신 나간 수작 집어치우라’라고 일갈한 일화는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이 가슴에 새겨야 할 명언이다.

만해와 만공은 스님 독립운동가로 쌍벽을 이루던 분이었다. 한평생 독립투쟁에 헌신하신 선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사당과 기념관을 건립하고 아래쪽에 공원을 만들어 내방객들의 편리를 도모하고 더러는 가족 단위로 소풍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았다. 그런데 내방객들이 공원에서 도시락과 음료수 등을 펼쳐 놓으면 거의 예외 없이 축산 악취로 도시락 뚜껑을 닫거나 일부 비위가 약한 분들은 구역질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이러니 어느 누가 마음 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가를 찾겠는가. 이런 어려운 일을 하기에는 사업회와 축산농가만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일은 사업회와 축산농가 군청, 축협, 수덕사, 만해건사기념사업회 등 6자가 회동해 방안을 모색하고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사업회의 계획으로는 생가 기준 반경 5km 이내의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걸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결성과 인접한 은하, 구항, 갈산, 서부 등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아둔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필자의 단견으로는 예컨대 악취제거에 100원이 든다고 할 경우 군청 40원, 축산농가 20원, 나머지 4자가 10원씩 부담하면 될 것으로 본다.

물론 백면서생인 필자가 군청이나 축협의 재정 형편도 모르고 다들 바쁘고 어렵게 사는 처지에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면 선뜻 내키지 않겠지만 그래도 해보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해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경우 3km 상거한 백야 김좌진 장군 사당과 생가지도 덕을 볼 것이고 서부면의 추양사(김복한 선생), 임득의 장군 사당도 쾌적해질 것이니 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닌가.

사업회 회원들도 먹고 살기 어렵고 생업에 바쁜 사람들이지만 청정 홍성의 시발점이라는 신념으로 봉사에 임하고자 나섰다. ‘동냥은 안주고 쪽박만 깬다’는 속담이 있다. 고통분담하자고 하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쓸데없이 일을 벌여서 부담만 준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좋은 일 하자고 나서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속언이 있다. 어찌 보면 ‘악취가 나건 말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공연히 일만 만들어 사람 불편하게 한다’는 푸념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발전하게 된다. 이런 일이 청정 홍성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홍성이라고 해서 이웃 고을 청양군처럼 청정지역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부디 사업회의 작은 출발이 종당에는 큰 성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