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 지역축제, 가장 큰 숙제는 ‘지역 정체성’ 담기”

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②

2025-07-31     <공동취재단>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올해 전국에서 열리거나 개최가 예정된 지역축제가 1214개에 이를 정도로,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축제가 쏟아지고 있다.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에서도 매년 여러 개의 지역축제가 개최되며, 저마다의 문화와 이야기를 담은 행사들로 지역의 거리가 들썩인다.

홍성군은 2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 축제 ‘홍성역사인물축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빠른 성장세와 흥행을 기록 중인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광천조미김·광천토굴새우젓대축제’, 또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홍성남당항대하축제’와 ‘홍성남당항새조개축제’, ‘홍성남당항바다송어축제’, ‘홍성사랑국화축제’ 등 다채로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예산군 역시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 축제인 ‘예산황토사과축제’와 국화, 국수, 국밥을 주제로 한 향토음식과 문화 결합형 축제인 ‘예산장터삼국축제’, 또 예산 출신 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해 인기를 끄는 ‘예산맥주페스티벌’, 그리고 ‘예산황새축제’, ‘의좋은형제축제’, ‘윤봉길평화축제’ 등 다양한 지역축제를 통해 지역민과 전국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반복적으로 열리는 지역축제들은, 주최 측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며 언론과 대중의 비판을 받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20년 전통과 역사의 ‘홍성역사인물축제’

역사·지역성 담았지만, 시대흐름 뒤처져

충남 홍성군의 대표축제인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지역 정체성을 담은 역사·문화형 체험축제로 단순한 관광 행사를 넘어, 홍성이 배출한 충절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포문화권의 전통과 정신을 되살리는 역사문화 콘텐츠로 꾸준히 주목을 받았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지난 2004년 10월 ‘홍성내포사랑큰축제’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사흘간 홍주종합경기장과 홍주성 일대에서 개최됐으며, ‘충의와 서민문화’라는 주제로 지역 전통 민속놀이와 역사 인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당시 축제는 내포문화권의 중심지로서 홍성의 역사성과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축제 프로그램은 홍주목사 행차 재현, 홍주의병전, 호상놀이, 결성농요, 강강수월래, 무속굿 등 서민문화 기반의 재현 공연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체험 행사와 지역 예술단 공연, 향토 음식장터 등이 함께 운영돼 주민과 관광객의 높은 참여를 이끌었다.

이후 축제는 매년 9~10월 사이 열리며 점차 내포의 역사인물과 정신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방향으로 확대됐고, 2015년을 기점으로 ‘홍성역사인물축제’로 명칭을 바꾸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조선 중기 조헌 선생,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 여성독립운동가 김향화, 근대 정치가 한용운 선생 등 홍성이 배출한 다양한 역사인물 콘텐츠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축제는 단순 전시나 공연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인물의 삶을 체험하고 역사 속 상황을 재연해볼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체험 교육 콘텐츠의 비중이 높다.

최근 몇 년간은 ‘홍주성 100배 즐기기’, ‘의병 마을 탐방’, ‘역사 코스튬 퍼레이드’, ‘의병 무예 시연’ 등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성과 오락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화관광축제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그 우수성과 지속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홍성 출신 역사인물을 주제로 한 축제이다 보니 콘텐츠 확장이 어렵고, 지역성에 편중된 인식이 강해 외지인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다. 또한 방문객의 관심을 끌 시대 흐름에 맞는 콘텐츠가 미흡하고, 주차장·숙박시설 부족 등 축제 공간이 협소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체류형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해 외부 방문객 유입이 매우 적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서도 한계를 들어냈다.

결국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몇 년간 개최되지 못하다가 지난 2023년 첫선을 보이며 전국적인 흥행에 성공한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에 대표 축제 자리를 내어줄 위기에 처하며 최근에는 규모를 축소해 어린이날 행사와 병행 개최되고 있다.


 

흥행 성공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

전국적 흥행 불구, 지역 정체성은 어디에?

‘홍성

대한민국 대표 축산 도시인 홍성군이 뛰어난 축산물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바비큐라는 세계적인 음식 문화를 접목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축제로 육성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브랜드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기획한 글로벌 미식 축제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이하 홍성글바페)’이 지난 2023년 11월 첫 개최돼 4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며 홍성 지역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홍성글바페는 단순한 먹거리 제공을 넘어, 다양한 체험·공연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예술인·상인·청년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문화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지역의 먹거리와 문화를 축제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며, 지역경제 활성화, 글로벌 한류 확산, 농어민 소득 증가, 관광자원 가치 증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기대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홍성군은 지난 2019년 11월 ‘홍성한우축제’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충남도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결국 축제는 열리지 못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또다시 개최되지 못했다. 2021년에는 명칭을 ‘홍성한우 바비큐 페스티벌 축제’로 바꿨지만 코로나의 여파가 이어지며 온라인 판매행사로 진행됐다.

2022년에는 ‘홍성한우 바비큐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11월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됨에 따라 축제는 취소됐다. 결국 4년 동안 시작도 못 해보고 이름만 번번이 바뀌던 축제는 결국 2024년 11월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 in 홍성’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요식업의 대가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방문객들의 시선을 빼앗는 다양한 형태의 대형 바비큐 그릴과 유명 인플루언서의 참여와 홍보 등에 힘입어 첫 ‘홍성글바페’는 축제 기간 사흘 동안 40만 7000명이라는 누적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대흥행에 성공했고, 지난해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로 이름을 또다시 바꾸며 열린 두 번째 축제는 3일 동안 55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반짝이는 불빛의 이면에는 어둠이 존재하듯 홍성군이 축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축제의 주체가 돼야 할 홍성군과 홍주문화관광재단이 각자의 역할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여론과 함께 더본코리아와 협업으로 인해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란 어렵다는 의견 등이 지역사회에 팽배하게 대두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홍성군이 축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축제 명칭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애초에 정해진 ‘홍성한우축제’라는 명칭이 ‘홍성한우 바비큐 페스티벌 축제’로 바뀐 데 이어 더본코리아와의 협업 과정에서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 in 홍성’이라는 전혀 지역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질적인 명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로 명칭이 또다시 바뀌었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성이 결여된 프렌차이즈 축제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았다.

또한 초반 더본코리아와의 협업 효과로 대흥행에 성공했지만, 최근 각종 이슈로 논란이 된 가운데 홍성군이 올해 홍성글바페를 자체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역특산물 홍보 ‘예산황토사과축제’

상징성 높지만, 콘텐츠 다양성 ‘미흡’

지난 1983년 최초 개최된 ‘예산황토사과축제’는 예산군의 대표 특산물인 황토사과를 알리기 위한 상징적 행사다. 예산윤봉길체육관과 인근 공원에서 개최되며, 지역 농협과 사과 농가들이 주도해 사과 전시·판매, 시식행사, 농업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특히 지역민 참여율이 높고 행사장에는 사과 요리 시연, 사과즙과 사과음료 시음 코너, 어린이 체험존 등이 설치돼 가족 관람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축제 콘텐츠는 매년 거의 동일한 구성으로, 관람객 경험을 다양하게 하는 체험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역사·문화적 스토리텔링이나 예술적 요소가 미약해 축제의 정체성과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한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예산군 내부에서도 “사과라는 상징성은 강하지만 볼거리·참여 콘텐츠가 단조롭다”는 지적이 있으며, 축제의 지속 확장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테마 개발과 협업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화·국밥·국수 테마 ‘예산장터삼국축제’

가을 감성 담았지만, ‘정체성 부족’ 한계

2017년 시작된 예산장터삼국축제는 ‘국화·국수·국밥’을 테마로 예산상설시장 일대에서 가을철 4일간 운영되는 향토음식과 문화 결합형 축제다. 국화 분재 전시가 중심이며, 국밥과 국수 먹거리존, 전통공연, 플리마켓, 드론라이트쇼 등 다양한 볼거리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을의 낭만을 맛볼 수 있는 분위기 연출이 돋보이며,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따뜻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프로그램 구성은 해마다 유사하고 콘텐츠의 깊이나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매년 같은 구성, 같은 먹거리, 같은 전시”라는 평가가 있으며, 문화·예술성을 담은 기획 세션이나 지역 창작자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향후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지역주체와 예술인의 협업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있다.


 

첫해 흥행에 성공한 ‘예산맥주페스티벌’

특산물 접목했지만 지속 가능성 불투명

예산군과 더본코리아(백종원 대표)가 민관 협업으로 개최한 ‘예산맥주페스티벌’은 2023년 첫 회 약 2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지난해에는 약 35만 명이 몰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예산상설시장 일원에서 열린 3일간의 축제는 ‘이번엔 통닭이다’라는 주제로 예산사과 애플리어, 감귤오름, 포도버블 등 지역 특산물 맥주와 풍차바베큐, 통돼지·닭 바베큐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유명 밴드와 DJ 공연, 플리마켓, 체험 코너 등이 축제를 뜨겁게 달궜다.

운영 측면에서도 안전과 편의성을 강화했다. 성인 인증 팔찌 도입, 그늘막과 생수 제공, 살수차 가동, 무더위 쉼터 운영, 셔틀버스 운행 등 방문객 관리가 체계적이었으며, ‘환영해유’ 캠페인을 통해 음식과 음료 가격을 할인하는 상인 연대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지역 중소업체 참여 확대보다 외부 브랜드 중심 구성, 운영 주체의 주도성 부족, 일회성 흥행 이후 지속 가능성 확보의 불확실성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주민과 상인은 “외지 중심 콘텐츠가 많아 예산 고유성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언급하며, 축제 구성에 지역 농가·공예·문화진흥 단체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홍성군과 예산군의 지역축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체성과 흥행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지역 고유의 인물과 전통을 중심으로 한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역사성과 교육적 가치를 지녔으나, 대중성과 관광 콘텐츠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민간 협업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과 예산맥주페스티벌은 짧은 시간 내 대규모 방문객을 유치하며 주목받았지만, 지역 주체성 부재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예산황토사과축제와 예산장터삼국축제 또한 지역 특산물과 향토문화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지켜가려는 노력이 돋보이지만, 콘텐츠의 반복성과 문화예술적 깊이 부족은 보완이 필요한 지점으로 남는다.

지역축제가 관광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강릉단오제와 같이 지역성과 세계성이 조화를 이루는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주민과 상인, 청년, 문화기획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축제의 기획과 운영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지역축제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자긍심과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키우는 기반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공동취재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