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주문화재단, 홍성 첫 공연 ‘법열곡 2025’ 성료
“깨달음의 순간, 환희를 마주하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지난 26일 충청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삶의 괴로움과 기쁨, 비움과 채움이 모두 깃든 한 편의 경전 같은 무대가 펼쳐졌다.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의 홍성 첫 공연 ‘법열곡 2025’는 전통춤 승무와 영산재(靈山齋) 그리고 전통악기의 울림을 통해 열락(悅樂)의 순간을 선물하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날 공연장에는 ‘승무, 마음 하나에 펼쳐진 우주’라는 주제 아래 500여 명의 관객이 자리했으며 △1장 혼의 울림, 종송(鐘頌)·법고(法鼓)·거령산(擧靈山) △2장 의례의 몸짓, 복청게(伏請偈)·천수(千手), 바라춤·도량게(道場偈), 나비춤·법고춤·거불(擧佛)·향수나열(香羞羅列)·사다라니(四陀羅尼), 바라춤·향화게(香花偈), 나비춤 △3장 우주생명 순환의 춤, 완판 승무 △4장 궁극의 평화 법열, 회향게(廻向偈)·공덕게(功德偈) 순으로 구성·진행됐다.
법열(法悅)이란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황홀한 기쁨을 뜻하며, 불교 용어로는 설법을 듣고 진리를 깨달아 마음속에 일어나는 기쁨을 말한다. 이날 무대에는 공연명에 걸맞게 국가무형유산 영산재 전승교육사 일운스님을 비롯한 6명의 스님이 특별 출연해 착복무·법고무·바라무 등을 이어갔다. 특히 범패(梵唄, 불경 읽는 소리)는 고요한 수면 위에 잔물결을 만드는 바람과도 같이 공연장을 훑으며 자연에 깃든 생명이 소생하는 듯한 신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故 이애주 선생은 불교 작법무를 공부하던 당시 “우리 춤의 본질이 여기 있었군요”라고 말한 바 있다.
영산재 이수자 해사 스님은 “우리의 전통음악과 춤은 불교에 유래된 경우가 많아 불교 의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의 전통문화 예술로 봐주시길 바란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3대 성악 중 하나인 범패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만큼 깊고 신성한 소리”라며 “그야말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0분가량 이어지는 완판 승무는 △긴염불, 도드리 △삼현타령, 늦은허튼타령, 잦은허튼타령 △경기굿거리, 경기잦은굿거리 △법고 △당악 △뒷굿거리 등 총 10개의 장단변화에 따라 느린 염불부터 빠른 가락까지 점진적으로 변화되며 인간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
김연정 이애주승무보존회장은 “완판 승무를 추고 나면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순환 과정이 느껴져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며 “관객들에게도 이 점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열곡 2025’의 무대 음악은 유인상 음악감독을 필두로 장구·피리·아쟁·대금·좌고·징·바라 등이 연주됐으며,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흐름을 닮은 듯한 전통악기들의 소리는 다채로운 장면을 조화롭게 재생시켰다.
공연의 끝자락 꽃비가 흩날리며 무대가 막을 내렸고, 관객석 이곳저곳에서 박수와 함성이 번져 나갔다.
연달아 ‘브라보’를 3회 외친 탤런트 이정섭(내포신도시) 씨는 “봉원사 범패 인간문화재 스님들과 함께 무대를 해낸다는 게 참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공연이었다”면서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완판 승무를 문예회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돼 너무나도 귀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