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문화관광축제 선정된 ‘한산모시문화제’
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③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산모시문화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전통섬유를 소재로 열리는 축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산모시짜기’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매년 6월 서천군 한산면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등에 놓인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축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역축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서천군만이 가진 ‘한산모시’라는 고유의 콘텐츠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15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모시가 전통문화의 뿌리이자 미래의 지속성을 담아낼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조명하는 한편 축제 운영의 탄탄한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산모시문화제는 1989년 저산문화제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8년 전국 18대 관광문화제와 충청남도 3대 문화제로 선정되면서 명칭을 한산모시문화제로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35회째를 맞은 한산모시문화제는 ‘한산모시, 시간을 짜서 역사를 빚다’를 주제로 지난 13~15일 열렸다. 서천군이 주최하고 서천문화관광재단과 한산모시문화제 추진위원회가 주관했다. 축제에 투입된 예산은 10억 3380만 원(국비 3200만 원, 도비 960만 원, 군비 9억 9220만 원)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저산팔읍 길쌈놀이, 미니베틀짜기 체험, 한산모시학교, 신진디자이너 경진대회, 바람음악회, 한산주막 등이 있다.
대표 프로그램인 저산팔읍 길쌈놀이는 베짜기에 관한 민속놀이로 보존회원, 예술인, 지역 학생, 관광객 등이 참여해 전통문화 계승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직접 모시 제작과정을 체험하는 한산모시학교, 한산모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모시옷 패션쇼와 모시옷 입기 체험, 지역주민들이 나서 옛 주막에서 서천군의 또 다시 특산물인 소곡주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한산주막 등도 다른 축제에선 볼 수 없는 한산모시축제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또한 지난 13일 개막식 당일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축제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며 현장 상황을 알렸다. 축제 홍보를 위해 충남권에 유통되는 맑은린 소주 20만병에 한산모시문화제 홍보 보조라벨을 부착하기도 했다.
야간 행사 강화로 체류시간 확대 모색
관광재단서 주최하며 민간주도형 강화
친환경 전통 섬유인 한산모시의 위상에 걸맞게 친환경 축제를 지향하며 행사장 곳곳에 일회용기 수거함을 설치하고 행사장 내 먹거리 판매부스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등 환경 보호에도 나서고 있다.
관광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지역내 소비를 유도코자 낮과 밤이 어우러지는 행사로 별빛극장, 한산읍성 달빛산책 등도 진행했다. 바닥분수 등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한산모시문화제 공식 캐릭터인 모시할매와 체험 등이 할 수 있는 ‘모시할머니의 수상한 수영장’은 특히 어린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축제장 인근의 한산읍성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시간여행 고고학 체험, 광복 80주년 기념 월남 이상재를 만나다, 서천의 유산 놀이터 등 체험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축제장 내 특산물판매장에서 구입한 서천군 특산물을 들고 다니며 축제를 관람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고자 ‘특산물 라이더’도 운영, 각 주차장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서천군은 축제를 통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10만 원 이상 기부하고 옥순가 소곡주 2병 세트를 답례품으로 선택한 기부자에게 1병을 추가로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축제장에선 현장 기부자를 대상으로 서천군 특산품을 추가 증정하고 충청남도, 부여군, 계룡시가 함께 참여한 합동 홍보부스를 통해 시군별 대표 답례품을 전시하고 고향사랑기부제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를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한산모시문화제 업무를 서천문화관광재단이 맡아 민간주도형 축제로의 운영을 강화했다. 특히 축제에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같은 프로그램만 반복하며 재방문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문기관에 의뢰한 축제 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노하우를 자산화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자치단체는 순환보직으로 업무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그동안 대행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재단 내 문화관광팀(4명)에서 주최하며 민간 전문가의 역량을 바탕으로 축제 기획에 나서고 운영 노하우도 쌓아나갈 계획이다.
전문기관 축제평가로 재방문율 높여
무형유산·고가 등 한계 돌파는 숙제
또한 전문 축제평가기관에 의뢰, 축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문화관광축제 평가기준에 맞춰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서는 전체적인 행사 만족도가 5점 만점에 평균 4.2점으로 조사됐다. 재방문 의향, 모시문화에 대한 표현성, 친환경 축제, 공연·체험 프로그램 등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방문객 분석에서는 외지 방문객이 80%에 달했으며, 이중 전북지역이 35%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70%, 남성이 30%로 조사됐으며 연령은 60대가 47%로 가장 많았다.
경제효과분석에서는 14만 8704명(1일 5만 654명, 2일 4만 8394명, 3일 4만 9656명)이 방문에 지역경제 및 산업에 미친 직접적 경제효과가 44억 7200만 원에 이르렀다고 조사됐다. 관외·관내 방문객별로 1인당 교통비, 숙박비, 식음료비, 쇼핑비 등 평균 소비지출액을 곱한 수치다.
개선사항으로는 교통·주차안내, 휴식공간, 먹거리, 행사장 동선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산모시문화제는 7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뽑히는 등 전국 지역축제 중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확장성과 지역경제 파급 효과 강화 등은 여전히 숙제가 되고 있다.
서천문화관광재단 정찬영 문화관광팀장은 “축제는 특성상 놀이성과 일탈성이 강하지만 한산모시는 무형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전승·홍보·장인 시연 등 문화제 성격이 강하다는 한계성도 있다”며 “또한 필모시 가격이 1필에 120만 원에 달하는 등 고가다 보니 한산모시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이나 다양한 프로그램 추진에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서천군은 한산모시의 맥을 이으며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현대모시 개발과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시는 모시 째기와 짜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재배와 수확 후의 전 과정이 기계 자동화 공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서천군은 한산모시문화제가 모시산업 육성의 계기가 되고 축제 기간 외 모시상품 판매와 체험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대모시 생산을 위한 한산모시 기계화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또한 서천군청 경제진흥과 모시소곡주팀에서 전통모시 육성을 위한 한산모시 후계 인력육성 교육도 진행 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