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돌아오고 싶어지는 금마 만들겠다"

조합장에게 묻다, 농촌의 길을 찾다 ④ 이상동 금마농업협동조합장 조합원 한 분 한 분 부모님처럼 여기며 변함없이 곁 지킬 것

2025-08-21     한기원 기자

농촌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 청년층의 이탈, 판로 불안 등 복합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지역 농업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바로 농·축협 조합장이다. 홍주신문은 지역 내 조합장들을 통해 농촌이 직면한 현실을 짚고,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과 미래를 향한 고민을 들어보고자 릴레이 인터뷰 ‘조합장에게 묻다, 농촌의 길을 찾다’를 연재한다. 이를 토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지역 농업과 마을의 내일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특/별/인/터/뷰 - 이상동 금마농업협동조합장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1984년 금마농협에 입사해 현장 실무부터 조합장 자리까지, 4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온 이상동 조합장은 지금도 변함없이 조합원 곁을 지키고 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농촌의 현실을 체감해 온 그는 “농촌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되돌아오는 농촌’, 청년이 다시 찾는 금마의 가능성을 믿는다. 젊은 세대가 정착하고, 고령의 농업인도 편히 농사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꿈이자,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과제다.

최근 금마면 일대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4일 조합장실에서 만난 이 조합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딸기를 정상적으로 수확하려면 9월 초순까지는 육묘를 정식(定植)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복구를 하려니, 인력도 자재도 턱없이 부족한 답답한 상황이었죠.”

실제로 금마면 내 약 40여 딸기농가 중 절반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고가의 전자기기와 배양기까지 물에 잠기며 피해 규모가 컸다. 다행히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서천농협, NH농우바이오, NH농협 대전본부, 농협은행 금융지주, 양곡부, 충남검사국 등에서 200여 명의 봉사자가 피해 현장을 찾아 복구를 도왔다.

이 조합장은 “최근 홍성군과 홍성군딸기연구회가 병해충 방제 약제를 긴급 배부하기도 했지만, 지자체에서 100%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 50%는 약제 보조를 추가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내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홍성천 복개주차장 철거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군민들이 도심 한복판에 차를 대고 병원이나 시장을 보러 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도로에 비상등 켜놓고 잠깐 일 보러 다녀오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불편을 강조했다.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와 장도 보고 병원도 가야 하는데, 복개주차장이 사라지면 먼 거리 다리를 걸어 다녀야 하니 큰 불편이 따릅니다. 그래서 최근 지역 농축협 조합장들과 한목소리로 복개주차장 철거를 재검토해달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어요.”

홍성군은 아직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시군 단위 통합 RPC(미곡종합처리장)’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통합 RPC를 운영하게 되면 노후시설 관리와 시설 증설 등을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통합 RPC로의 전환에는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통합 RPC를 구축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새로 짓는 데 수십억 원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인 고민이 많습니다. 신설보다는 기존 시설을 보완하면서 통합 방안을 찾고자 지자체와 조합장들과 긴밀히 협의 중입니다. 임기 내 마무리 짓긴 힘들겠지만, 기틀을 마련하고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조합원 고령화로 인해 요청이 많았던 육묘장 건립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덕정리 회전교차로 인근 약 2300평 부지에 건립 중인 육묘장은 약 2만~2만 5000장 규모로, 현재 9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8월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육묘장 운영은 농협 입장에서는 적자 사업이지만, 조합원과 지역 어르신들이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농협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죠. 기대만큼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은 ‘청년 귀농·귀촌 인프라 구축’이다.

“우리 지역은 수도권에서도 가깝고, 내포신도시도 인접해 지리적으로 좋은 조건입니다. 스마트팜이나 딸기농가처럼 노력한 만큼 수익이 나는 구조가 있다면, 청년들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청년들이 농촌을 찾았을 때 잘 적응해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요.”

실제로 금마면에는 외부에서 귀농한 청년 농가들이 기존 선도 농가에서 현장 실습을 거쳐 자립한 사례도 많다. 

이 조합장은 “눈으로 보고 직접 배운 것이 가장 확실한 교육”이라며, 실질적인 귀농 지원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조합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금마농협과 지역 농업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1984년 입사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고 금마농협만 바라봤습니다. 조합원 한 분 한 분을 부모님처럼 여기며,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곁을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