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콘텐츠로 바꾼 축제 전략 ‘대구치맥페스티벌’

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④

2025-08-28     홍주일보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해 남해시대, 담양곡성타임스, 한산신문, 해남신문 등 전국 5곳의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치킨산업 본고장 대구,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 발상지
지역 정체성·도시 브랜드 연결… ‘도시형 여름 축제’
2020~2025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로 선정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로 불리는 대구. 무더운 여름 날씨로 인해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름은 대구라는 도시를 상징한다.

대구는 폭염을 유쾌한 에너지로 전환한 축제 전략을 모색, 무더위를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도시형(관광형) 축제 모델을 구축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여름을 통째로 삼킨 듯한 참을 수 없는 폭염을 즐길 거리로 승화시켜 여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대구=치킨+맥주’라는 연결고리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구는 대한민국 치킨산업의 본고장이다. 전국 유명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구에서 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다양한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달구벌(구 대구명칭)에서 계육산업이 시작됐다. 1970~1980년대 멕시칸치킨,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스모프치킨 등 수많은 치킨 브랜드가 생겨났다. 교촌치킨, 대구통닭, 땅땅치킨, 별별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치킨파티,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누구나 흔히 들어본 굵직한 브랜드들의 탄생지도 대구다.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 닭 요리를 기반으로 지역 외식문화도 함께 발달해왔다. 

특히 치킨과 맥주를 매개로 한 ‘치맥’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대구에서는 치킨의 역사성과 도시의 정체성을 연결해 대구치맥페스티벌이란 축제를 구상했다. 지난 2013년 제1회 대구치맥페스티벌을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매년 7월에 축제를 개최하며 지역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천200여 개 축제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전국 지역축제 1천200여 개 중에서 단 25개만 선정되는 문화관광축제에 꾸준히 선정됐다는 것은 축제의 기획력, 운영력, 지속가능성 등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문체부 2023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축제 재방문 의향과 타인 추천 의향 1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치킨의 도시’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지역 정체성과 외식 산업, 관광자원화 전략이 결합된 도시형 축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축제 대부분이 특산물 소비 중심이거나 초대 가수 공연 위주의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낮은 주민 참여도 등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축제의 지속가능성과 고유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치킨이라는 지역 대표 산업과 여름이라는 계절성, 도심과 넓은 공원이라는 장소를 전략적으로 축제와 연결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수 자리한 치킨의 메카라는 점과 이러한 산업적 자산을 기반으로 축제를 구성한 점은 다른 지역축제와는 확연한 차별점을 가진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치맥업체 관련 부스 253곳 운영
치킨·맥주 가격 가성비 합격, 공간 운영 등 만족도 높아
물놀이 워터 콘서트, 치맥 더 클럽, 에그돔 공간 제공

올해 열린 제13회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치맥 센세이션(CHIMAC SENSA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2~6일 5일간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100만 명 이상이 찾아 명성을 입증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공간 구성과 프로그램 전반을 재정비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형 축제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올해는 총 3개의 빅스폿과 4개의 테마거리 구성 및 치맥업체 등 관련 부스 253곳이 운영됐다. 메인 공연장, 가족형 쉼터, 이색 테마공간, 성격 유형 기반의 맞춤 거리까지 치맥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메인 행사장인 2.28 자유광장은 여름 공연의 트렌드를 반영해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면서 전자음악을 즐길 수 있는 ‘워터 콘서트’가 축제 기간 내내 열렸다. EDM 음악과 물을 결합한 워터 콘서트 공간으로 중앙 무대를 신설, 4면 LED 영상으로 어느 방향에서도 무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사이드 스탠딩존을 통해 관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4천880석 규모의 프리미엄 예약존도 사전 예매로 운영해 테이블당 치맥세트와 기념 굿즈를 제공했다. 

두류공원 2주차장에서 열린 ‘치맥 더 클럽’은 DJ와 관람객 모두 호러 분장을 하고 치맥과 클럽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행사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코오롱 야외음악당에는 달걀 모양의 대형 투명 ‘에그돔’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에어컨이 설치된 시원한 실내에서 치맥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장르의 유명 뮤지션 공연이 진행됐으며, 메인 공연장 외에도 공원의 각 공간별 맞춤 공연을 펼쳐 세대를 통합했다. 이 밖에도 다회용 컵 제작 등으로 친환경 운영, 외국인들이 함께 치맥을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존과 글로벌 인포메이션 센터를 설치해 안내 및 응대를 지원했다.

도심 속 공원 축제장 변신, 에그돔 이색 공간 폭염 대응
상업성·대중성 모두 잡은 프랜차이즈형 축제 전략 성공
EDM 중심 음악 콘텐츠 및 과도한 스폰서 홍보 아쉬움 

공동기획취재 기자단은 지난 4~5일 일정으로 2025 대구치맥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축제의 운영, 공간 구성, 콘텐츠 등을 다각도로 체험한 뒤 각자의 의견을 공유했다. 전반적으로 축제 구성과 운영, 공간 활용, 콘텐츠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 치맥페스티벌의 총예산은 약 20여 억원으로 추산, 예산 대비 성과가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우선 치킨과 맥주의 가격과 구성 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치킨은 부스당 평균 1만5천원 내외로 형성돼 가성비가 좋았고, 맥주는 2천500원 수준으로 시중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프리미엄 예약존의 테이블 이용료는 8만5천원으로 다소 고가였지만 무대 인접성과 편의성을 고려하면 수긍할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대부분의 치킨 부스 앞에는 치킨을 구매하려는 긴 줄이 이어졌지만 회전율은 예상보다 빨랐다. 주문과 포장 과정이 분리돼 있어 혼잡한 와중에도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졌다. 몇몇 치킨 브랜드에서는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일부 인기 있는 신메뉴의 경우 조기 매진되면서 시간대에 따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축제 공간 구성은 사기급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뛰어났다. 두류공원은 평소에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공간이자 편안하게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축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축제장으로 탈바꿈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와 자연환경은 축제 공간으로서의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무대 역시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과 후방 등 어디서든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 대형 축제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다.

코오롱 야외음악당에 설치된 달걀 모양의 대형 투명 ‘에그돔’은 폭염 속에서 “달걀이 익을 것 같다”는 대구 특유의 덥고 뜨거운 날씨를 유쾌하게 시각화했다. 치킨과 연계된 달걀이라는 소재를 상징으로 활용, 축제 컨셉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감각이 돋보였다. 더위에 지친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더위를 잠시 피하거나 안에서 치맥을 즐길 수 있었다.

시설·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메인 행사장의 화장실은 사람이 몰려 기다림이 필수였지만, 공원 곳곳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청결하게 유지됐다. 또한 안내소와 의료 부스, 경찰 인력 배치 등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관계자들이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넓은 축제 공간에 따라 잔디존, 테이블존, 돗자리존을 활용해 관람객들은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메인 무대와 클럽존, 이벤트 구역에는 장애인 전용 구역이 마련돼 있었으며,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평탄한 동선과 안전·의료 시설의 인접 배치 등은 축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일부 콘텐츠의 다양성에 대한 부분은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EDM과 클럽 음악 중심의 메인 무대는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는 점에서는 호응을 얻었다. 반면 반복적인 EDM 선곡은 무더위와 함께 관람객들의 피로감을 높였다. 

축제 운영의 한 축인 스폰서 전략 또한 과하다는 평가다. 카스와 롯데칠성음료가 메인 협찬사로 참여해 주류와 음료를 전면 공급하며 브랜드 노출에 성공은 했지만 생수 공급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축제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목이 말라도 대부분 맥주 또는 탄산음료로 수분을 보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는 협찬업체 및 치맥이라는 컨셉, 맥주 소비를 최대화하기 위한 상업적 전략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아쉬운 점이었다. 폭염과 관람객들의 열기 속에서 생수의 부족은 수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축제장에 주류와 탄산 이외에도 생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지역을 알리기보다 즐기고 가라는 의도가 명확한 축제였다. 치킨과 맥주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구가 가진 도시 인프라와 치맥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한 기획이었다. 일부 지역 특색을 활용한 부스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흥행을 목표로 한 프랜차이즈형 축제에 가까웠다. 치맥을 통해 일차원적 대중성 확보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치킨산업의 본고장인 대구라는 지역의 고유의 문화적 자산과 역사성을 축제에 풀어내는 콘텐츠 개발 등은 해결 과제로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