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한 끼의 변화를 초대하는 비건축제”
홍성비건페스티벌기획단 두 번째 페스티벌 앞두고 밝힌 취지와 계획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홍성의 기후·동물·생활문화를 잇는 ‘비건’ 실험이 두 번째 걸음을 뗀다.
지난 11일 홍성읍에서 만난 홍성비건페스티벌기획단은 지난해 첫 번째 페스티벌 이후의 변화와 올해 운영 원칙을 소개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지역에 맞는 축제의 대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획단은 지난해 가을 열린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을 계기로 결성됐다.
신나영 단원은 “기후위기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공장식 사육 문제를 알리고 싶었지만, 피켓 시위만으로는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누구나 참여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축제’라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조희주 단원은 “육식이 갖는 문제점은 이미 많은 정보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고기 축제가 단순한 소비축제로 자리 잡고 점점 성행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런 식문화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뜻이 맞는 팀원들을 만나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혜진 단원은 “10명 중 1명의 엄격한 비건보다 10명이 일주일에 한 끼라도 채식을 실천하는 변화가 더 크다”며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참여형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홍성비건페스티벌기획단은 홍성예산환경운동연합 김미선 사무국장과 김연화·신나영 활동가, 녹색당 김혜진·장정우, 충남동물행복권연구소 임소영 소장, 홍동면민 조희주 씨 등 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닌 개인도 함께 참여해 느슨한 연대 형태로 운영된다. 위계 없이 공동으로 논의·결정하며, 서로의 시각 차이를 인정하되 ‘지역에서 가능한 전환’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지난해 열린 제1회 페스티벌은 불과 한 달 준비 끝에 치러졌다. 기획단은 행사에 앞서 지역신문에 칼럼을 연재해 동물권, 기후위기, 외부 자본과 지역 축제의 관계, 지역 축산·소비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혜진 단원은 “지역에서 기른 고기의 생산지를 알 수 있는 표시를 붙이고, 웃는 돼지 조형물 대신 생명을 기리는 상징물을 설치하는 등 10가지가 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며 “단순히 반대하지 않고 어떤 축제가 바람직한지 상상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사의 재정은 단체 각출 없이 순수 개인 후원과 재능기부로 충당됐다. 현수막은 손수 제작했고, 사진작가는 재능기부로 현장을 기록했다. 지역 농민들이 감자·당근 등 농산물을 선물해 참가자들에게 나눠줬으며, 모든 식기는 재사용해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실현했다.
김혜진 단원은 “작은 규모였지만 모두의 참여로 만들어낸 기적 같은 축제였다”고 회상했다.
올해 열리는 두 번째 페스티벌은 ‘일상 비건’을 슬로건으로 한층 확장됐다.
조희주 단원은 “지난해에는 ‘채식’을 중심으로 식문화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비건’을 전면에 내걸고 먹거리뿐 아니라 소비문화 전반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며 “일상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오후 2시 홍성읍 카페 브라우너에서는 베지닥터 이의철 씨가 ‘건강과 지구를 위한 기후미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고, 21일 오후 7시 홍동 밝맑도서관에서는 광주 한걸음가게 대표와 우리동네쓰레기문제연구소장이 지역에서 시작하는 자원순환 실험 사례를 공유한다. 행사장에서는 리필 스테이션과 제로웨이스트 부스가 운영되며, 지역 채식·비건 요리사와 로컬 농산물 생산자가 참여해 다양한 체험과 식문화를 선보인다.
기획단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학생, 농부, 비건 실천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카드뉴스로 연재하고 있으며, 이를 소책자로 엮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행사 이후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축제였다”는 후기가 이어졌고, “관 주도의 대규모 행사보다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획단은 올해도 같은 원칙을 이어가며, 기후정의행진과 연계한 지역 차원의 행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끝으로 조희주 단원은 “비건은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더 즐겁고 평화로운 삶을 찾는 제안”이라며 “한 끼의 변화에서 시작해 보자고, 축제가 먼저 말을 건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