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의 돌담과 돌담길·고택이 어우러진 돌담마을

충청문화유산 재발견, 옛담의 미학-돌담이 아름다운 마을〈14〉

2025-10-23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충북 괴산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고장으로, 옛 선비들의 삶의 흔적을 간직한 고택과 정겨운 돌담마을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 괴산의 고택들은 대체로 조선 후기 양반가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데, 넓은 대청마루와 안채·사랑채의 구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배치가 특징적이다. 기와지붕 아래에 드리운 처마와 마당에 드리운 소나무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멋을 느끼게 한다.

특히 괴산의 고택 마을은 가옥 전체를 흙돌담으로 둘러싸고 있는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돌담은 자연석 강돌을 그대로 쌓아 올리거나 황토흙과 섞어 쌓아 올리고 기와를 얹은 경우가 많아 인위적이지 않고, 흙과 풀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집과 집 사이를 이어주는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옛 시골 마을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돌담길 너머로는 뒷산을 배경으로 사과나무, 감나무, 계절마다 피어나는 들꽃들이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괴산의 이러한 고택과 돌담마을은 단순히 옛 건물로의 가치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과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명절이나 전통 행사 때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제례를 지내며 옛 풍습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전한다. 또 최근에는 전통가옥 체험, 돌담길 걷기 프로그램, 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한국 고유의 생활문화를 직접 느끼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충북 괴산은 예로부터 문경새재와 이화령을 품은 산골마을로 돌이 많고 산세가 험준한 고장이다. 그래서인지 집을 지을 때 흙이나 나무보다는 돌을 활용한 고택이나 향교 등에 전통적인 옛 돌담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괴산의 돌담마을과 돌담길은 자연스럽게 쌓은 돌의 멋과 전통 생활문화가 어우러져 있어 지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돌담과 옛 담장, 고택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통마을의 풍경을 잘 간직한 마을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 돌담길과 옛 담장, 고택과 조화 이뤄
괴산지역의 돌담마을은 돌담과 옛 담장, 고택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통마을의 풍경을 잘 간직한 마을들이다. 괴산은 예로부터 돌이 많고 산세가 험준한 지역이어서 돌담을 많이 쌓았으며, 이러한 돌담은 자연스럽게 쌓은 돌의 멋과 전통 생활 문화가 어우러져 있어 지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진 돌담길을 형성했다.

괴산읍 내의 옛 동헌이나 옛 군수관사를 비롯해 칠성면이나 청천면 일대에는 전통가옥과 돌담·흙돌담으로 쌓은 비교적 잘 보존된 돌담장 등을 볼 수 있는 마을이 많다. 담장은 대부분 시멘트나 흙을 바르지 않고, 크고 작은 자연석 강돌을 차곡차곡 올려놓으며 황토흙으로 쌓아 올리고 기와를 얹은 소박하면서도 견고한 멋을 자랑하고 있다. 또 연풍면은 조선 시대 교통의 요지였던 고을로, 옛 고택과 돌담길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연풍 향교와 함께 이어진 돌담길은 과거 고을의 중심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옛길을 따라 돌담이 이어진 산책로가 있어, 순례객들이 많이 찾고, 조용히 걷기 좋은 명소로도 꼽히는 곳이다. 도로가 좁은 길옆에 이어진 돌담길을 걷다 보면 마치 옛 시골 마을을 시간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얘기다. 돌담길은 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생활 공간이기도 해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인근에는 괴산 산막이옛길과 화양구곡 같은 돌담을 볼 수 있는 명소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택과 돌담이 어우러진 마을은 현대적인 편리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대신 세월의 깊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옛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자연 친화적인 건축미를 담고 있는 마을이어서, 도시의 빠른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고택을 감상하면서 돌담과 돌담길을 걸으며 쉼과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괴산지역에서 알려진 대표적인 고택과 돌담마을, 옛 돌담과 돌담길 풍경이 비교적 잘 남아 있는 ‘돌담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명명된 곳은 없지만 주로 마을의 돌담과 오래된 담장, 고택, 향교 등이 보존된 마을들이 꼽히고 있다.

괴산지역의 고택 마을은 마을 입구와 마을 길에 오래된 돌담이 남아 있으며, 고택도 여러 곳에 남아 있어 옛 마을의 정취가 비교적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돌담이 마을의 경관으로 중요한 요소로 보존돼 있어서, ‘살아있는 전통마을로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다. 돌과 흙으로 쌓은 담장과 고택이 여러 채 남아 있어 전통적인 생활 모습이 잘 유지되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마을의 ‘옛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특히 돌담과 흙돌담 또한 마을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경관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많은 것을 변화시킨 세월 속에서도 돌담과 돌담길이 있어 크게 변치 않고 옛 모습을 지켜온 우직한 마을”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라고 자랑한다. 이 마을들에서는 ‘전통과 경관 보존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인식이 강하다’는 느낌을 주는 마을 공동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 고택의 담장 돌담, 꽃담, 흙돌담 섞여
괴산지역의 대표적인 돌담, 흙돌담, 꽃담 등으로 담장이 쌓여 있는 고택으로는 ‘괴산 청천리 송병일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147호, 청천면 청천4길 17)’ 등을 꼽을 수 있다. ‘괴산 송병일 고택’은 조선 시대 말기의 양반가옥으로, 우암 송시열의 8대손인 송병일이 아버지를 위해 별당으로 지은 가옥으로 증축을 거쳐 현재까지 내려온 건물이다. 원래 여러 채가 있었으나 현재는 안채, 사랑채, 곳간채, 사당, 대문채 등이 남아 있고, 안채와 사랑채는 ㄷ자형 구조이며 동·서로 나란히 서 있고, 강돌담과 토석담, 흙담으로 쌓은 담장으로 영역을 구분한 형태의 가옥이다. 

또 칠성면 율원리의 ‘괴산 김항묵 고택(칠성 고택, 국가민속문화재 제136호, 칠성면 율원리 칠성로4길 20)’도 돌담과 흙돌담, 꽃담 등으로 쌓여 있는 조선 후기, 19세기 말경에 지어진 상류 주택으로 규모가 큰 고택이다. 안채, 사랑채, 중문채, 대문채, 행랑채, 광채, 헛간채 등이 갖춰진 복합 구조로, 대문채-중문-사랑채, 안채 등 여러 채가 마당과 담장, 경계 구조로 연결돼 있으며, 황토 흙으로 눌러 쌓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가옥이다. 마당구조가 큰 상류 주택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가옥으로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괴산지역 고택의 담장은 주로 돌담, 꽃담, 흙담, 흙돌담 등이 섞여 있는 종류와 모양이 독특하다. 돌담의 경우 아래쪽에는 비교적 굵은 돌(호박돌 같은 자연석)로 쌓고, 위쪽엔 벽돌(적벽돌 또는 전벽돌)이나 전벽돌 테두리, 또는 무늬를 낸 벽돌 조각들이 조합돼 있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꽃담에는 무늬(태극 문양, 줄무늬, 팔각수(八角壽)자, 회문(回紋), 박쥐 문양, 당초 문양 등)를 많이 넣어 미적·장식적 요소를 강조한 것도 특징적이다. 담장 위·아래의 재료나 색채를 대비하거나 질감 대비를 통해 시각적 리듬감과 율동감이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무늬의 반복, 벽돌 마감, 돌과 흙의 조합 등이 감성적 효과를 주고 있다. 대문 쪽 담장은 두껍고 당당한 느낌을 주도록 쌓은 특징이 있다. 사랑채와 내부 마당 쪽 담은 조금 낮고 부드러운 곡선이나 자연스러운 마무리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적인데, 이를 통해 담의 높이와 두께도 표정이 있다는 느낌을 함께 주는 듯하다. 

이렇듯 충북 괴산지역에서의 돌담은 괴산향교, 괴산동헌, 옛 괴산군수 관사, 홍범식 고택, 괴산 청안 동헌 등의 돌담, 김항묵 고택, 송병일 고택 등의 돌담과 함께 연풍 향천, 연풍향교와 주변마을의 돌담은 돌담 위에 기와를 얹진 흙돌담의 원형으로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연풍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흙돌담은 빼놓을 수 없다. 연풍성지 주변 마을인 중앙로와 삼풍마을, 신풍마을에는 강돌담으로 쌓은 옛 돌담이 남아 있으며, 김항묵 고택의 돌담은 황토흙을 눌러 쌓은 토담으로 꽃담의 장식과 함께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채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따라서 고택과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은 오래된 마을의 실핏줄이다. 고택과 돌담 골목길은 옛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냄새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넓고 큰길보다 좁지만 얕고 느리고 깊다. 골목을 잃어버리면, 골목을 품지 못하면 마을의 역사와 내력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골목길은 역사와 풍경을 담고 느림의 미학을 상징한다. 그래서 인문학적 성찰이 가능한 곳이다. 그곳만의 혼(魂)이 담겨 있고 빛바랜 관습이 살아있는 곳이다. 마을의 역사가 깊을수록 고택도, 담장도, 골목길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나이가 많은 만큼 그 흔적과 내력 또한 깊고 다채롭다. 너와 나, 우리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옛 돌담장과 고택 사이의 골목길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