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名)답게 사는 삶”

2025-10-23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strong>주호창</strong><br>광천노인대학장<br>칼럼·독자위원

언제 그런 폭염이 있었는지? 이제는 옷깃에 스며드는 가을바람에 조석으로 싸늘함을 느끼는 10월!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10월을 ‘시월상달’이라 하여, 한 해 가운데 가장 큰 달로 여겼으며 가을이면 풍성한 결실을 거두며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 조상에 감사하며 추석 한가위도 있는 달이다.

이름에는 인명, 지명, 국가명은 물론 동식물과 사물의 이름까지 수천만의 이름이 있는데 과연 우리 각자의 이름은 무슨 뜻이 있을까?

우리 이름은 단순한 부름이 아니라 한 삶을 비추는 등불이요, 인격을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지금 우리의 이름은 사실 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희망이 담긴 것이기에 내가 지은 이름이 아니어서 본인의 의도는 적은 것이라고도 한다.

한편으로 자녀는 부모의 합작품이지만 현재는 주로 아버지의 성을 따라서 작명하는데 일부에서는 부모의 양성을 넣어서 이름을 짓기도 한다. 또한 이름은 현상이고 본질은 사람 몸이어서 이름값을 하라고 한다든지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본질인 신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종이나 칠판에 각자의 이름을 써 놓고 불러보면 이름 글자가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대답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우리 민족의 국명인 조선(朝鮮)과 관련해 1885년 4월 5일 두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와 언더우드(1859~1916)가 함께 제물포(인천)에 입국했을 당시의 일화가 있다.

그들은 조선의 아침 조(朝)를 보고 ‘이 나라는 아침(日)에도 십자가(十) 밤(月)에도 십자가(十)를 생각하는 신앙심이 깊은 민족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선(鮮)에는 어떤 제자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어도 고기(魚)를 못 잡았는데, 스승이 ‘깊은데 그물을 던져라’라고 해서 물고기를 가득 잡았다고 했다.

목자가 양(羊) 100마리를 초원에서 풀을 뜯기고 돌아가려 하는데 한 마리가 없어서 날이 어두울 때까지 찾았다는 말을 듣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토록 깊이 생각하고 잃어버린 양 한 마리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극찬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그렇게 깊이 생각하기보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하는 습성이 있고 100마리 중에 하나쯤이야, 하고 남은 99마리만 몰고 갈 수 있다.

그런 좋은 이름을 가진 우리 민족이 작금의 상태를 보면 민족 본연의 모습과 무관하게 혼란스러운 격동의 상황이 아닌가!

우리 속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가 지닌 뜻도 사실은 본질인 몸이 그만한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이고, 이름은 현상으로 부수적인 것이다.

특히 각종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이 각자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현수막이나 명함을 나눠 주기 바쁜데 평소 열심히 사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아무튼 우리 모두는 유명(有名)한 사람들인데 대개는 유명이라는 뜻을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진 사람만을 일컫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 국민 모두가 유명한 사람으로서 그 가치를 소중히 생각해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겠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돈을 많이 갖고 덜 가진 차이나 배움에 대한 차등은 있더라도 각 개인의 귀중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인생은 80~90대의 노인이 되면 많이 가진 자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평준화되고, 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면 모두가 비슷한 처지가 되며, 마지막 운명 앞에서는 누구나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니 “얼굴이 떠오르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비록 마지막은 같을지라도 그 여정만큼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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