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명의신탁

2025-10-23     노한장 칼럼·독자위원
<strong>노한장</strong> <br>청운대학교

부동산실명법은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명의신탁등기를 금지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이란 부동산에 관한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기로 하고 그 등기는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명의신탁약정에 있어서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해 보관을 맡기는 실권리자를 명의신탁자라 하며, 실권리자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해 보관하는 자를 명의수탁자라 한다. 

명의신탁 법리는 본래 토지에 대한 등기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종중 부동산에 대한 등기방법의 미비에서 비롯됐다. 우리 전통사회에는 공동선조의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와 종중원 간의 친목도모 등을 위한 자연발생적 종족단체로서 종중이라는 관습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종중들은 대부분 단체의 운영과 활동을 위해 시제답, 종산 등 종중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부동산등기법에는 종중 자체의 명의로 부동산등기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종중재산 소유의 법률관계에 명의신탁이론을 원용하는 판결을 통해 종중원 중 1인 또는 수인의 공동명의를 빌려서, 즉 명의신탁을 통해 등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그 후, 명의신탁이론은 종중뿐만 아니라 일반인 간의 부동산 거래에까지 확대 적용돼 사인 간의 명의신탁은 법률상 유효하고 당연히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확대 및 가격 상승 등 환경변화에 따라 명의신탁제도는 점차 부동산 투기, 탈세, 탈법행위 수단으로 악용됐으며, 정부는 마침내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해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함으로써 명의신탁등기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며,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부동산등기로 이뤄진 물권변동도 무효이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물권변동이 유효로 인정된다. 그리고 제3자와의 대외적 법률관계에서는 명의신탁을 기초로 목적물을 보관 중인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자로 인정되므로,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뿐만 아니라 그 약정에 따른 등기의 무효를 가지고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수탁자로부터 명의신탁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그 선의, 악의에 관계 없이 유효하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명의신탁금지 규정에 위반해 타인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 해당 부동산 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과징금을 부과받은 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지 않은 경우, 과징금 부과일부터 1년이 지난 때에는 그 부동산 평가액의 100분의 10, 다시 1년이 지난 때에는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종중 부동산에 대한 물권의 명의신탁, 배우자 간 명의신탁, 종교단체의 명의신탁은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의 무효규정 적용이 배제되어 명의신탁 약정도 유효이고, 그에 따른 등기도 유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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