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나선 ‘홍성글바페’, 방문객 만족도는 ‘역대 최고’

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⑨

2025-11-06     <공동취재단>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이하 홍성글바페)’이 백종원 대표의 손을 떠나, 진정한 지역축제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홍성군이 주최하고 홍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올해 축제는 ‘지역이 주체가 된 독립개최’라는 실험 속에서도 ‘흥행’과 ‘내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군에 따르면 SKT 통신기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나흘간 약 60만 명이 방문했으며, 특히 △홍성 유기농페스타 △홍성사랑 국화축제&농촌체험 한마당 △평생학습 한마당 등과의 연계 운영으로 방문객 만족도를 높이며 성공적인 개최를 이끈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3년 첫 개최와 지난해 두 번째 축제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의 참여로 전국적 관심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백종원 효과’는 분명했다. 흥행의 견인차였던 백 대표의 이름이 빠진 올해 축제는 자칫 ‘동력 상실’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예상과 달리 축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흥행 공식을 써 내려갔다.

‘축산도시 홍성’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지역의 산업·환경·문화가 어우러진 축제로 기획한 결과, 오히려 ‘홍성형 바비큐 축제’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홍주문화관광재단 최건환 대표이사는 “지역산업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축제를 목표로 했다”며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많아지면서 진짜 지역축제의 방향성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종원 없이도 흥행에 ‘대성공’… 지역이 만든 축제의 힘
유기농 페스타 등 연계 강화로 체류형 관광 효과 이끌어
안전사고 ‘제로’… 쾌적하고 안전한 축제장 운영 돋보여
지역 정체성과 흥행, 내실 조화 이룬 ‘알찬 축제’로 성장

■‘유기농 페스타’와의 결합, 축제의 판을 바꾸다
이번 축제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이었다. 홍성군은 올해부터 홍성글바페와 유기농페스타, 국화축제, 평생학습한마당을 하나의 ‘통합 축제권역’으로 묶었다. 덕분에 방문객의 체류시간이 크게 늘었고, 특정 존으로 관람객이 쏠리는 현상이 줄었다. 한곳에서는 숯불 위에서 고기가 익고, 다른 한곳에서는 국화 향기와 농산물 체험이 이어지는 등 홍주읍성 일원이 하나의 축제무대로 확장됐다.

서울에서 온 배준한(30) 씨는 “인스타에서 축제 정보를 보고, 전국 1등 프로그램에서 홍성이 1등한 것을 보고 궁금해서 방문했다”며 “난로체험이 색다르고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축제들도 함께 열려 볼거리가 많았지만 주차가 어려워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기농페스타의 참여 효과는 두드러졌다. ‘환경과 생명, 그리고 먹거리의 공존’이라는 콘셉트는 홍성글바페의 불향 가득한 이미지를 ‘지속가능한 지역브랜드’로 재해석하는 계기가 됐다.

홍성군은 축제 기간 다회용기 사용 확대, 친환경 펄프·생분해 용기 활용 등으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며 친환경 축제 운영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먹는 축제’에서 ‘가치를 나누는 축제’로의 전환을 보여줬다.

내포신도시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한 방문객은 “올해는 단순히 고기만 구워먹는 축제가 아니라, 농업과 환경의 의미를 함께 되새길 수 있었다”며 “부모님과 축제장을 둘러보기도 좋았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체험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결성농요 공연은 남녀노소 즐기기에 아주 좋았고,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 고구마 캐기, 탈곡기 체험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에서 온 이명수(39) 씨는 “여러 음식을 맛봤는데 다 맛있었다”며 홍성글바페의 높은 퀄리티를 치켜세우며 “주변에서 다른 행사도 함께 열려 둘러볼 거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클린·세이프티’로 완성된 현장 운영
올해 홍성글바페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보이지 않는 완성도’였다. 홍성군은 축제 전 기간을 ‘무사고·무민원’으로 마무리했다.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클린하우스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며 쓰레기 수거와 분리배출을 실시간으로 관리했다.

연인과 함께 영종도에서 온 강태준(40) 씨는 “진행요원이 곳곳에 배치돼 있고 청소도 계속 이뤄져 쾌적했다”며 “운영이 꼼꼼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고, 악취나 불쾌한 냄새도 없었다. ‘청결한 축제장’은 방문객 만족도를 끌어올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안전관리 체계 또한 철저했다. 군은 올해 처음으로 행사장 전역에 ‘안전관리 타워’를 설치해 현장 인파 밀집도, 안전사고, 방문객 이용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폭우가 쏟아졌던 토요일 오후에도 신속한 방송 안내와 인원 통제가 이뤄져 큰 혼란이 없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토요일에는 미아 발생이 5건 있었지만, 신속한 방송 안내와 현장 요원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모두 10분 내외에 부모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현장 관리 체계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유정규 홍주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은 “축제 기간 현장에서 수많은 방문객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깨끗하고 쾌적하다’, ‘운영이 체계적이다’라는 평가를 가장 많이 들었다”면서 “수십만 명이 모인 대형 축제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것은 군민을 비롯한 공무원, 자원봉사자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유 사무국장은 “올해 ‘홍성글바페’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단계에서 걱정과 고민이 컸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벌 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그릴의 화려함 속, 예산·관리의 과제
올해 홍성글바페의 시그니처 공간은 단연 ‘놀이기구형 대형 그릴존’이었다. △대관람차 △바이킹 △무중력 △회전목마 △스핀 △열기구 △회전 △닭바비큐 등 여덟 종의 새롭게 제작된 대형 바비큐 그릴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독창적 시도로 주목받았으나, 일부에서는 실질적 운영효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그릴마다 고유의 테마를 부여했지만, 조리된 고기가 한데 모여 판매되면서 ‘차별성이 약했다’는 의견이다. 또한 제작비와 보관비용 등 행정적 부담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그릴은 화려했지만, 유지·보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차 문제 역시 축제의 완성도를 가로막은 요소로 꼽힌다. 군은 여러 임시주차장을 확보했으나 일부 구역은 접근성이 떨어졌고, 만차 안내 후 대체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데 불편을 호소하는 방문객이 적지 않았다.

덕산에서 가족과 함께 온 조진영(37) 씨는 “늘 플랜카드만 보다가 처음 와봤는데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고, 바비큐 그릴들이 화려해 인상적이었다”며 “날씨가 추워 오래 머물지 못했고, 축제장 인근 주차공간이 협소한 점은 불편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방문한 박광필(48) 씨 역시 “생각보다 맛있는 바비큐 요리가 매우 다양하게 준비돼 놀랐지만 주차장이 좁고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은 내년부터 주차안내요원 간 실시간 교신 체계를 강화하고, 축제앱을 활용한 ‘주차정보 실시간 공유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역이 만든 글로벌 축제’, 그 가능성의 증명
홍성글바페는 올해 처음으로 ‘진짜 글로벌’의 의미를 채웠다. 미국 멤피스의 바비큐 챔피언팀이 직접 참여해 정통 폴드포크·립 요리를 선보였고, 베트남·태국·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 각국도 참여해 각국의 바비큐 스타일을 소개했다.

외국인 방문객은 전체 방문객의 약 2% 수준이었지만, SNS를 통해 축제의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며 국제적 홍보 효과를 거뒀다.

이용록 홍성군수는 “지역이 중심이 돼 세계와 소통하는 축제, 그것이 진정한 글로벌 바비큐페스티벌의 방향”이라며 “내년에는 K-BBQ를 대표하는 국제축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축제 포화시대 속 ‘지속가능성의 길’
홍성글바페의 사례는 지역축제가 단순한 ‘흥행 이벤트’에서 벗어나야 함을 보여준다. 이 축제는 지역 정체성·주민참여·산업연계·환경철학 등 여러 가치가 조화를 이룬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지역과 세계, 산업과 문화, 흥행과 공공성을 함께 잡으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지역축제 포화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지역민의 손으로 일궈낸 홍성글바페는 이제 ‘K-바비큐의 수도’를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축제의 모델’로 성숙해 가고 있다.

한 사람의 손끝이, 한 마을의 열정이, 하나의 지역을 세계로 잇는 축제. 쌀쌀한 가을 하늘 아래, 그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공동취재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