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단양 한드미마을의 돌담·돌담길
충청문화유산 재발견, 옛담의 미학-돌담이 아름다운 마을〈15〉
소백산 준령의 중간쯤인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는 ‘신라의 마의태자가 속세의 영예를 버리고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소백산 높은 봉우리에 올라 경주를 바라보면서 망국의 눈물을 흘렸다’는 국망봉(1420m)이 있고, 국망봉 산자락 아래에는 ‘한드미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단양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마을은 소백산 자락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한 농촌의 산골 마을로, 오래전부터 산과 물에 의지하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이름인 ‘한드미’는 ‘큰 들판’을 뜻하는 ‘한드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골 마을이면서도 넓은 들판이 펼쳐져 농사에 유리했던 지형적 특징을 담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부터 형성된 마을로, 주로 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삶을 이어왔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주변의 산이나 계곡에서 강돌을 구해 돌담을 쌓고, 초가와 기와집을 지어 살아왔다. 돌담과 전통가옥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잘 보존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드미마을은 산세가 험한 듯 그다지 험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해, 외부와 단절된 듯한 독자적인 생활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던 마을이다. 마을공동체의 유대가 강했고, 농사철에는 품앗이를 통해 협동하며 살아온 마을이다. 특히 ‘자연과의 조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은 마을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방문객들이 옛 농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을 길을 걷거나 전통가옥에서 머물며, 과거 조상들이 살아온 방식을 직접 느낄 수 있으며, 산과 들, 계곡, 천연동굴 등이 어우러져 있어 교육적 가치 또한 큰 곳이다. 한드미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한국농촌 생활의 축소판이자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마을을 알리는 비에는 ‘신라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하는 것을 반대한 마의태자는 속세의 영예를 버리고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소백산 높은 봉우리에 당도하고 경주를 바라보면서 망국의 눈물을 흘렸다고 해 국망봉이라 칭하게 된 해발 1420m의 군내 최고봉이 있으며, 소백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주목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우리 어의곡의 자랑거리다.
산천이 신비롭고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 을전동 새밭계곡은 맑고 투명한 시냇물이 어의곡 주민들의 순박하고 티 없는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한 대자연의 운치가 가득한 계곡이며, 한곡동 어의굴은 경북 풍기시장을 왕래했다는 전설로 대대손손 전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우다.’라고 쓰고 있다. 한드미마을은 전통적 산촌마을로, 자연과 어우러진 삶과 공동체 정신을 간직한 곳이다. 오늘날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보존되고 있다.
■ 깎이고 씻긴 자연석 강돌로 쌓은 돌담
단양하면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려진 단양팔경을 꼽는다. 단양팔경과 함께 단양에는 참으로 돌이 많은 곳이다.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과 북쪽의 국망봉, 신선봉에서 발원한 세 줄기 물길이 한데 모이는 이 마을의 어의계곡과 새밭계곡에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으며, 산천어가 살 정도로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사이사이로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른 자연석 강돌들이 지천(至賤)이다.
한드미마을은 예로부터 하일천에서 나오는 계곡물로 깎이고 씻겨서 흘러 내려온 크고 작은 자연석 강돌로 돌담을 쌓고 축대도 쌓았는데, 지금도 마을길에는 돌담길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구불구불 유연한 곡선으로 허리춤을 넘나드는 높이로 쌓인 돌담길과 그 위에 낀 이끼와 담쟁이넝쿨 등이 주변 경치와 어울린다.
돌담길의 돌담은 자연석 강돌로 쌓은 야트막한 돌담이 오히려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드미마을의 돌담은 인근 산과 들, 하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석 강돌을 그대로 쌓아 올린 것이 특징적이다. 인공적으로 다듬지 않고, 돌의 모양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어 붙여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돌담을 쌓은 방식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흙이나 시멘트를 쓰지 않고, 돌과 돌 사이를 촘촘히 맞춰 쌓는 건돌쌓기, 메쌓기 방식으로 쌓았다. 이런 방식은 비나 바람에도 잘 무너지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지는 특징이 있다고 전해진다.
돌담은 생활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집과 밭, 길을 구분하는 경계 역할을 하면서도 마을의 풍경을 아늑하게 빚어내고 있다. 돌담의 돌과 돌 사이사이에 자라는 풀과 이끼, 그리고 햇살이 어우러져 매우 따뜻한 산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제법 큰 자연석 강돌을 이용해서는 계곡이나 집터의 축대도 쌓았고 일부는 밭담으로 쌓은 모습도 보인다.
한드미마을은 돌담뿐 아니라 전통가옥과 옛 생활방식을 잘 간직해 단양을 대표하는 농촌 체험 마을로 알려져 있다. 돌담은 단순한 담장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쌓여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한드미마을의 돌담은 사람의 허리춤을 넘나드는 높이로 자연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전통 축조방식으로 만들어진 생활 유산이다. 산촌마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돌담과 돌담길의 경관 자원이 곧 마을의 자산이다.
■ 단양 어의곡 ‘한드미’마을 돌담·돌담길
단양지역의 돌담은 대부분 석회암 지대의 풍부한 자연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마을 주변의 산과 계곡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돌들을 그대로 쌓아 올려, 정형화되지 않은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미감을 보여준다. 돌을 다듬기보다는 본래의 자연석 강돌을 그대로 쌓았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하지만, 오히려 그런 불규칙성이 세월의 흔적과 함께 따뜻한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담장 높이도 사람 키를 넘지 않는 산골마을의 특징이다.
옛날 이곳은 산과 골짜기가 깊고 물이 맑아 사람들의 삶터로 적합했는데, 특히 ‘골짜기의 모양이 마치 비단 위에 여의주가 놓인 듯하다’ 해 ‘어의곡(於衣谷)’이라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 마을은 원래 고구려와 신라가 접경을 이루던 곳이다. 전략적 요충지이자 산간 농경지로 활용됐으며, 조선 시대에는 중원과 영동을 잇는 길목으로 교통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한드미’라는 이름의 뿌리도 흥미롭다. 순우리말인 ‘한드미’라는 이름은 순우리말로 ‘넓은 들판’을 뜻하는데, 산지가 많은 단양지역에서 드물게 비교적 평지가 펼쳐져 있어 농업에 유리했던 지형적 특징을 반영한다. 주민들은 농업을 중심으로 삶을 이어왔다. 그래서 공식 지명은 ‘어의곡리’이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예부터 ‘한드미마을’로 불리며 정체성을 이어온 마을이다.
지금도 한드미마을은 전통가옥과 돌담길, 그리고 농경 문화를 간직한 고향 같은 풍경으로 남아 있어, 옛 시절의 삶과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소백산 비로봉 자락에 자리한 마을로, 세 개 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마을 한가운데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청정마을이다. 행정구역상 어의곡리로 불리지만, 주민들은 오랜 세월 ‘한드미’라는 토박이 이름을 더 친숙하게 사용해 왔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교통이 불편하고 외부와의 교류가 적어 인구가 많지 않았으나, 2000년대 이후 농촌체험마을 지정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농촌 유학프로그램, 녹색농촌체험, 마을가꾸기 사업 등을 통해 한드미마을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200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모범적인 농촌공동체로 평가받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숲 아래 광장의 한쪽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기념 식수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잘 자라고 있다.
오늘날의 한드미마을은 농촌체험과 생태관광을 주요 기반으로 돌담길과 옛 가옥, 계곡과 숲, 자연동굴 등 천혜의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연간 3만여 명에 달하는 방문객들이 마을을 찾고 있다고 전한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한드미식당과 유통조합법인은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농촌 유학을 통한 도시 아이들의 교육과 정착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마을은 40여 가구, 수십 명의 상주인구로 구성된 작은 마을공동체지만, 외부 체험객과 유학생까지 포함하면 활발한 인구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비록 농촌의 인구감소라는 전국적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농산촌마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한드미마을은 옛 ‘돌담’이 쌓여 있고 천연동굴이 있는 등 옛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청정생태마을’이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