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의 심장에 피어난 백일홍
올해 봄에 발생한 경북지역의 대형산불 소식에 전 국민의 마음도 탔다.
우리 홍성에서도 큰 화마에 상처의 기억으로 그 속 끓음은 더했다.
도움받은 마음을 보은하고자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 화재 후원 물품을 직접 구입·배송하면서 필자는 세 송이의 아름다움을 봤다.
첫 번째 송이는 자발적으로 후원금과 후원 물품을 기부해 주신 홍성·예산 민주당 당원분들의 마음이다. 자발적으로 1000여만 원의 현금과 물품을 기부한 모습은 민주시민의 행동하는 양심이고 깨어있는 시민의 아름다운 힘이었다.
두 번째 송이는 후원 물품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재민들이 가장 필요한 것을 현지 지역민과 소통하며 직접 구입해 생필품을 비롯한 남녀속옷, 쌀(1kg 100포), 냉동 떡국(100인분)을 1차로 지원하고, 이어 슬리퍼만 겨우 신고 피신한 이재민들에게 발 크기에 맞는 브랜드 등산운동화를 2차로 지급했고, 마지막 3차로 임시주택 입주 후에 필요한 화장지, 물티슈, 세제 등을 구입해 맞춤식 지원을 하는 과정이었다.
가장 필요한 물품을 질 좋은 제품으로 골라 직접 구입하고 왕복 10시간의 피해 현지에 직배송하는 모습 또한 아름다움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아름다움의 백미는 집에 쌓여있는 행사 선물 수건 500장을 모은 것과 빈 몸으로 대피한 초등학생 어린 여학생에게 가방과 신발, 그리고 학용품, 옷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현금을 지급한 것이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배려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따뜻함이 스며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성산불이 발생했던 서부면에서 서부농산을 운영하는 이동형 대표가 함께 후원 물품 직배송에 참여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바로 꽃씨를 선물하자는 것이다. 쓸쓸함과 허전함이 가득한 임시주택 앞마당에 뿌릴 백일홍과 꽃잔디 씨앗을 구입해 전달했다. 그리고 며칠 전 의성군 점곡면에서 감사의 사진이 도착했다. 그때 심은 백일홍이 환하게 핀 사진과 함께 짧은 감사 인사가 적혀있었다. “척박하고 삭막해 보이는 임시주택 주변으로 꽃이 피어 너무 보기 좋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후위기에 폭우와 화재, 가뭄과 폭설 등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재해(災害)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하찮기만 한 인간은 맞서 싸울 수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기후위기에 미리 대비하고 인재(人災)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서로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아름다움은, 피해가 생겼을 때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도 실현되길 바란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 피어날 세 송이의 아름다움이, 화재로 지치신 분들께 희망이 되고 삶을 이어갈 힘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