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 ‘구멍’ 드러났다
시민 직접 현장조사서 보호종 잇따라 확인 기존 환경영향평가 실효성 논란 커져 확대
[홍주일보 홍성=김용환 인턴기자] 시민들이 직접 나선 현장 조사결과 산업단지 예정지 다수에서 멸종위기종과 법정보호종 서식이 확인되며,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실제 생태 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영향평가가 문헌 조사와 제한적인 현장 조사에 그치면서, 보호종 서식 여부조차 놓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5일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제2일반산업단지 △홍성제2일반산업단지 △조곡그린컴플렉스 일반산업단지 예정지 등 3곳을 대상으로 시민조사단이 직접 진행한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된 곳은 홍성제2일반산업단지 예정지다. 시민조사단은 총 4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해 조류 20종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원앙 △황새 △붉은배새매 △새매 △솔개 등 법정보호종 5종이 포함됐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솔개’와 천연기념물 ‘새매’는 기존 환경영향평가 문헌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종으로 확인됐다.
조류 조사를 맡은 권경숙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 센터장은 “이번 결과는 환경영향평가 조사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권 센터장은 “시민조사단이 교육을 받은 뒤 직접 현장을 돌며 기록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조류는 계절과 시간대, 번식기에 따라 행동 양상이 크게 달라 단기간·소수 횟수 조사만으로 실제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헌조사와 제한적인 현장 조사만으로 보호종 여부나 번식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황새와 붉은배새매 사례는 해당 지역이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생활 반경과 연관된 공간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다 직설적인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권 센터장은 “새는 날개가 달렸으니 공사를 하면 다른 데로 가서 살면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며 “번식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보호종이 발견돼도 환경영향평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예산제2일반산업단지 예정지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예산제2산단은 2026년 준공을 앞두고 있음에도, 2019년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 가동 전까지 하천 생태와 수질 변화에 대한 추가 조사 자료가 없는 상태다. 시민조사 결과 성리천에서 수질 오염이 확인됐으며, 기존 예산일반산업단지에서 유입되는 폐수의 영향에 더해 향후 예산제2산단 가동 시 오염이 가중될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산단 내 고지대에 계획된 폐기물 매립장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오염 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성도 함께 제기됐다.
사업이 취소된 조곡그린컴플렉스 일반산업단지 예정지에서도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 환경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맹꽁이·삵·물고사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서식이 확인되며, 해당 지역이 중요한 습지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업단지 예정지에 많은 법정보호종이 살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환경영향평가 정보는 존재하지만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행정이 직접 나서 조사 결과와 환경영향평가 반영 여부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