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작가요, 저자!”

2025-12-25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strong>주호창</strong><br>광천노인대학장<br>칼럼·독자위원

올해도 어김없이 날이 가고 달이 가니 2025년 한해도 연말이 됐다.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는 매일 글을 쓰는 작가(作家)요, 책을 출판하는 저자(著者)이다. 비단 종이에 쓰는 글만이 아니고 하루하루의 삶이 원고지이며 말 한마디 한마디와 행동 자체가 하나의 문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서론 본론 결론이 있듯이 서론이 되는 30대까지 젊은 날의 대행진으로, 60대까지 중년의 중후함과 90대까지 노년의 성찰이 모여 불후의 인생서(人生書)가 되고 100세까지 살면 10년은 부록이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종이에 남기는 글과 책은 세월이 흐르면 낡고 없어지지만, 마음에 새겨진 글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아무도 대필해 줄 수 없는 자신만이 써야 하고 지울 수도 없는 엄숙한 시간이라는 글자로 자신의 삶을 엮어가야 하는 것이고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란 주제의 글을 유형이든 무형이든 써 나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는 백지에 시를 쓰던, 수필을 쓰던 한편의 소설을 쓰던 각자의 마음대로 써야만 하는 운명 앞에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오늘의 현실은 어제의 꿈이었고 오늘의 꿈은 내일의 현실이 되는 것이며 어떤 이는 일찍 단편을 쓰고 인생 무대에서 퇴장하는가 하면 어떤 분은 오랜 기간의 장편 소설을 출판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매일매일 각자에게 주어진 대본에 따라 연습 없이 여러 가지 배역을 연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연극에 희극과 비극이 있듯이 우리네 삶에도 기쁜 일이 있는가 하면 슬픈 사연의 출판을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문을 닫는 것과 같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매년 365(일)페이지의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러기에 80세를 살면 80권을 100년을 살면 마지막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고 100권의 장서를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우리 손에 주어진 펜으로 각자의 뜻대로 글을 쓰게 되는데 과거는 다시 쓸 수 없지만 미래는 계획대로 쓸 수가 있으며 장례 예식장은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일생 동안 써온 책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출판기념회가 아닐까!

또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 될 수도 있다고 하듯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그날까지 아름답고 멋지게 살아야 한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는 우리네 삶은 세월이 갈수록 늙음이라는 골짜기에 이르게 되며 고비마다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며 늙어간다.

그러나 ‘늙은 나무에는 늙은 꽃이 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오래된 나무에서도 해마다 새싹이 돋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처럼 신체는 늙어가도 호기심과 함께 노련한 정신과 폭넓은 생각을 갖게 되면 삶이 활력이 넘친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로 늙어 가는 것이 아니고 마음과 정신과 생각이 흐트러질 때 늙어간다고 한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에는 어떤 삶의 글을 써왔는가? 누군가의 인생 책갈피에 남을 문장을 남겼는가?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장에는 어떤 내용으로 마침표를 찍고 내년에는 어떤 소재의 글을 쓸 것인가? 계획을 세우게 된다.

글은 마음의 표현이며, 손이 글씨를 쓰는 것이라기보다 글씨가 사람의 마음을 흰 종이가 받아 적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책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책과 같아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책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한 나날이 될 것인가?

먼저 책을 남기고 떠난 선현들이 있기에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가듯이 우리도 우리의 뒤에 오는 이들에게 어떤 책을 남겨 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쓴 것이 아니고, 파우스트가 괴테를 만들었다’라는 말처럼 오늘의 나는 내가 쓰는 글대로 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