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통합의 시간, 홍성·예산은 왜 다시 통합을 말해야 하나

2025-12-25     박정주<충청남도 행정부지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청권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행정구역 통합과 광역 협력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대한민국 미래를 견인할 모범사례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원론적 발언이 아니다. 이는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국가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한 정치적 신호다.

이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충남-대전 행정 통합 논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특별법안까지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과거처럼 ‘효율성’이라는 추상적 명분이 아니라, 인구 감소·산업 재편·재정 압박이라는 현실 앞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대통령 발언은 이 흐름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동시에 지역별 숙제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홍성과 예산이다.

충남-대전 통합이 광역 차원의 생존 전략이라면, 홍성·예산 통합은 이미 형성된 생활권을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충남도청 신도시는 홍성과 예산의 경계 위에 세워졌고, 유치 과정도, 희생도 공동이었다. 그러나 행정은 여전히 둘로 나뉘어 있다. 내포신도시뿐만 아니라 양 지역 주민들은 단절로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이 말한 ‘생활권 중심의 행정구역 개편’ 논리는 이 지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이미 하나의 도시로 기능하는 곳을 억지로 쪼개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충남-대전 통합 논리의 축소판이 바로 홍성·예산 통합이다.

홍성·예산 통합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충남도청 이전을 전후해 양 군의 통합은 실제 정책 단계까지 갔다. 홍성군의회는 통합추진특위를 구성했고, 여론조사 결과 홍성군민 66.1%, 예산군민 63.1%가 통합에 찬성했다. 하지만 절차 논란, 속도전, 정치적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통합은 무산됐고, 홍성과 예산은 도청을 사이에 둔 채 행정 경계만 남긴 기형적 구조를 지금까지 끌고 오고 있다. 문제는 그 사이의 시간이다. 통합 무산 이후 홍성과 예산이 각각 얼마나 강해졌는가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청 신도시는 커졌지만, 두 지역의 행정력과 도시 경쟁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홍성군이 추진해 온 시(市) 승격 논의도 이번 대통령 발언과 분리해 볼 수 없다. 대통령이 말한 행정구역 통합은 단순히 ‘합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단위를 만드는 것이다. 시 승격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실적으로 홍성 단독 시 승격은 인구, 재정, 도시적 산업 구조에서 높은 문턱을 안고 있다. 반면 홍성·예산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시’ 구상은 도청 소재지의 위상과 기능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경로다. 이는 홍성의 욕심이 아니라, 충남 행정 중심지의 정상화에 가깝다.

과거 통합 논의가 실패한 이유는 통합 자체보다 ‘정치의 태도’에 있었다. 충분한 설명과 토론 없이 결론부터 내렸고, 주민은 동의의 주체가 아니라 설득의 대상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도, 지방의 통합은 아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통합의 필요성, 효과, 손익, 청사 위치, 명칭, 행정 서비스 변화까지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번에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가 핵심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충남과 대전이 가능하다면 홍성과 예산이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시대정신은 홍성과 예산도 더 이상 과거의 감정과 정치적 계산에 머물러 있지 말라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시작하고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호응은 분명한 긍정적 신호다. 행정구역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재편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홍성·예산 통합은 다시 시험대에 섰다. 이번에는 회피가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다. 이번엔 정말 신뢰를 가지고 함께 홍성-예산 통합을 진정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