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특별시 본청은 내포신도시로
대전충남특별시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와 국가 균형발전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이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최근 무산된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실패를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구·경북 사례는 분명히 보여준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만으로는 부족하며, 행정 권력의 위치와 자치권 보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통합은 결국 좌초된다는 사실이다.
행정통합에서 본청의 위치는 단순한 청사 이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통합 이후 누가 중심이 되고, 어느 지역이 주변으로 밀려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대전은 이미 광역시로서 행정·과학·연구·정책 기능이 고도로 집적된 도시다. 반면 충남은 넓은 면적과 다양한 산업·농촌·해양 지역을 포괄하는 도 단위 행정체로서, 그 행정 중심을 강화하기 위해 내포신도시를 계획적으로 조성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 이후 본청마저 대전에 둔다면, 통합은 출범과 동시에 ‘대전 중심 흡수 통합’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 역시, 행정 권력의 대구 집중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은 통합 이후 본청과 핵심 기능이 대구로 이전될 것이라는 불신을 끝내 거두지 않았다. 이 불신은 정치적 선언이나 경제 논리로는 극복되지 않았고, 결국 통합은 좌초됐다. 이는 분명한 경고다. 본청 위치를 명확히 하지 않은 통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내포신도시는 충청남도가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조성한 행정중심도시다. 도청 이전, 공공기관 유치, 주거·교육·생활 인프라는 모두 광역 행정 중심 기능의 지속을 전제로 설계됐다.
만약, 대전충남특별시 출범 이후 본청이 대전으로 이전한다면, 내포는 행정 중심으로서의 존립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성장 정체가 아니라, 행정 수요 감소·인구 유출·상업 공실 증가로 이어지는 내포신도시의 공동화, 나아가 유령도시화 위험을 현실적인 문제로 만든다. 이 문제는 홍성이나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포신도시는 국가와 지방이 함께 승인하고 투자한 공공 프로젝트다. 본청 이전으로 내포의 기능이 붕괴된다면, 이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공 재정 투자의 실패이자, 향후 혁신도시·신도시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본청 내포 배치는 지역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의 문제다. 더 나아가 본청을 내포에 두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도 직결된다. 균형발전은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라 공간 정책을 통해 실현된다. 행정 권력이 실제로 어디에 위치하느냐가 국가 발전 방향을 결정한다. 세종시가 중앙행정의 중심이라면, 내포는 광역행정의 중심으로서 충청권 행정 구조의 균형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반대로 통합 이후 다시 기존 대도시에 행정 권력이 집중된다면, 이는 균형발전 정책의 자기부정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교훈은 기초지자체 권한 문제다. 대구·경북 실패 사례는 통합 이후 기초지자체가 주변화될 것이라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통합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충남은 농업·해양·산업·관광 등 지역별 특성이 뚜렷한 곳이며, 이러한 다양성은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이 보장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본청을 내포에 두는 것은 광역 행정이 충남 내부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기초지자체와의 거리와 권력 집중에 대한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법으로 확정하는 일이다. 대전·충남특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부터 본청 소재지를 ‘내포’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추후 결정”이나 “두 청사를 활용한다” 같은 모호한 표현은 또 다른 갈등과 불신의 씨앗이 될 뿐이다. 본청 내포 명문화는 통합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역 간 신뢰를 형성하며, 대구·경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대전충남특별시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본청을 대전에 둘 것인지, 아니면 내포에 둘 것인지는 단순한 위치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통합의 성격, 국가 균형발전의 진정성, 그리고 지방자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다. 대전충남특별시가 실패의 복사판이 아니라 성공의 모델이 되기 위해, 이제는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대전충남특별시 특별법에 본청은 내포로 명시돼야 한다. 이것이 통합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