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이중매매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그 거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 매도인은 그에게 다시 그 부동산을 매도할 수 있을까? 백주 대낮에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 이야기는 들었어도 사기꾼이 아닌 다음에야 부동산을 두 번 팔아 먹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질문이 한낱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이중매매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엄연히 가능한 것이고, 그 효력 또한 원칙적으로 적법·유효하다. 법률행위의 성질상 매매는 채권행위이며, 우리 법제가 물권변동에 관해 등기를 해야 효력이 생기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매매, 즉 특정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매수했다고 하는 경우 법률전문가가 아닌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그 부동산에 대해 매매계약체결, 대가의 지급 및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법률상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구두이든, 서면이든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부동산을 사고팔기로 약속을 하면 그 자체만으로 매매가 성립되고 유효하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며, 대금지급과 권리이전 등은 별도의 매매계약 이행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이중으로 매매 약정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유효한 것이다.
이중매매가 이뤄진 경우 제1매매계약과 제2매매계약은 모두 유효하므로 먼저 등기를 하는 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 경우 등기를 넘겨받지 못한 계약의 상대방은 매도인에게 계약해제 및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설사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됐다 하더하도 제1매수인은 그 등기의 말소 또는 자기에게 이전할 것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다. 물권의 경우 성립우선주의에 따라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물권과 물권이 충돌하면 먼저 성립한 물권자가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으나, 매매와 같은 채권은 채권자 평등의 원칙 및 선취주의에 따라 채권자 상호 간에 성립순위에 기한 우선순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매수인이 계약당시에 계약금을 지급했다면,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이를 수령한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중매매의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에는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이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제2매수인이 제1매매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중매매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매도인의 배임행위를 유인, 교사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등 적극가담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중매매가 무효로 되는 경우 제1매수인은 제2매수인에 대해 직접 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는 할 수 없지만, 매도인을 대위해 제2매수인에 대해 그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의 말소를 대위청구해 소유권등기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돼 무효가 되는 경우 이는 그 누구라도 유효를 주장할 수 없는 절대적 무효이므로, 부동산을 제2매수인으로부터 다시 매수한 제3자는 선의 또는 악의를 불문하고 그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