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할 게 아니라 ‘면 자치’가 대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8일 대전, 충남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선출하는 안까지 내놓았다. 그동안 대전, 충남 행정통합을 주장해 온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적극 환영하는 모양새다. 여야 할 것 없이 이를 ‘수도권 일극 체제 심화를 해소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충남에 사는 사람으로서 어떤 정보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갑작스러운 행정통합 논의가 당황스럽다. 지역소멸, 지역불균형을 거대 행정구역 조성으로 과연 해결할 수 있는 걸까?
김태흠 지사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언적 통합’이 아니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통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민 동의 없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진정 해결하고 싶다면 이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깊이 숙고해야 한다. 지금 나오는 공청회 등의 방안은 이미 ‘행정통합’이라는 정해진 답을 향해 밀어붙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나는 현재 8시와 7군으로 이뤄진 충남, 그중에서 ‘홍성군’의 3읍과 8면 중에서도 ‘홍동면’에 살고 있다. 평소에는 겨우 2km 반경 안에서 일상의 거의 대부분의 필요를 충족하며 살아간다. 특별히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할 수 없는 물건을 사러 간다거나 할 때 홍성읍(약 10km 이내), 홍북읍(약 15km)으로 나간다. 생활 규모가 작으니, 동네의원이나 협동조합 호프집에 가면 늘 아는 얼굴들과 인사를 한다. 일도 하고 모임도 하고 생필품을 사며 매일을 살아가는 순간순간 이웃들의 소식도 듣고 마을의 중요한 일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적절하지 않은 도로 개설에 반대해 공사를 철회시키기도 했고, 옆 동네 골프장 건설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거대 사업뿐 아니라 생활 속의 작은 일들도 얼굴을 맞대며 의논해 대응하고, 축하하고, 기념하며 함께 울고 웃는다. 규모가 작아서 더 잘 들여다보고 우리의 일을 고민할 수 있는 마을에 살다 보니, 이러한 작은 생활권이 주는 행복감을 매일 피부로 느낀다. 우리(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좀 더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방향으로,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만들자고,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삶의 규모가 작아서 이기 때문이다.
광역시도에 비하면 작다 할 수 있는 홍성군이라는 행정구역이지만, 우리 면이 아닌 지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곳의 지역적 특수성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체성이 분명히 너무도 다르고 다양한 대전과 충남이라는 광범위한 지역을 통합한다고 하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규모를 키우면 오히려 소외되는 지역이 더 생기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법을 만들며 주민 동의 없는 광역화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법 개정 논의를 통해 지자체에 대한 권한 이양을 하는 것이 맞다.
2017년 홍성군 장곡면과 홍동면 일대에서 창립한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 발행하는 반연간지인 <마을> 9호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찾아봤다. 행정학자 황종규 님의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농촌 면 자치’,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님의 ‘마을과 면읍, 직접민주주의와 선거’에서 이들은 마을자치를 통해서만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면의 행정적 기능과 권한을 확대하고,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강화하며, 주민 직선으로 면장을 선출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다. 면 이상으로 규모가 확대되면 당연하게도 자치라는 것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은 선거 때만 반짝,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외에는 정치 주체로서의 나를 실감하기 어렵다. 도시가 아닌 농촌의 읍면 단위에 살면서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에 관심 있다면 <마을>에서 주장하는 ‘면’자치 확대 운동에 귀를 기울여보자. 작은 규모로, 면으로, 마을로 향해야 한다. 주민의 권한보다는 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각종 난개발이 가능한 다른 권한들만 가득한 행정통합 특별법은 결코 지역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