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2026-01-15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strong>주호창</strong><br>광천노인대학장<br>칼럼·독자위원

2026년 새해가 되고 방학을 맞아 여러 가지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더니, 결국 ‘산다는 것은!’이라는 물음에 머물게 됐다.

갑자기 한용운 님의 ‘알 수 없어요!’가 가슴에 메아리치듯 울리는 밤이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도대체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언제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문자답을 해본다.

요즈음 연예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곁을 떠나는 삶을 접하며, 안타까움과 함께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득 어느 철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역시 ‘인생이란?’이라는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해변의 모래 위에 ‘인생이란?’이라는 글씨를 써놓고 무릎에 턱을 고인 채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이때 마침 바닷물이 들어오며 글씨가 한 자 한 자 지워지기 시작했고, 물이 마지막까지 들어왔다가 나가며 남긴 것은 물음표(?) 하나뿐이었다. 그 순간 철학자는 무릎을 탁하고 치며 ‘아! 역시 인생이란 미지(未知), 알 수 없는 것이 정답이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른 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로, 흔들리는 갈대처럼 연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난 자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죽음이란 것이 결코 생소한 것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의 인생을 조물주가 수명을 정해주는 명명식(命命式)에 빗댄 이야기가 있다. 사람, 말, 소, 개, 원숭이를 모아 놓고 각자에게 20년씩의 수명을 주었다고 한다.

먼저 사람에게 20년을 살라 하니 그대로 순종했고, 그다음 말에게 20년을 살라 하니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5년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말에게는 5년을 주고 남은 15년은 남겨두었다.

소와 개, 원숭이도 같은 이유로 각각 5년씩만 받고, 남은 수명 60년을 처음에 순종했던 사람에게 덤으로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처음 주어진 20년은 아름답고 꿈과 낭만의 추억이 맴도는 세월이고, 21세부터 35세까지는 말에게서 얻은 기간으로 말처럼 정신없이 바쁜 시기다.

36세부터 50세까지는 소처럼 묵묵히 주어진 일에 성실히 살아가는 시기라고 한다.

현대는 수명이 연장된 100세 시대이기에 여기도 연장이 돼, 51세부터 65세까지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 개의 인생처럼 집을 지키는 존재가 된다.

66세부터 80세까지는 원숭이 인생으로, 80세 이후에는 건강이 약해져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간이 된다고 한다.

아무튼 사람은 과거에 비해 수명이 연장되면서 오래 살게 됐고, 그에 따라 돈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사람은 돈을 이용해야 하는데, 사람이 돈에 이용당하면 바닷물 위에 떠 있는 배에 틈이 생겨 마침내 침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원래 돈이란 어원이 ‘돌다’라는 뜻이라 한다. 도는 물체에 힘이 발생하듯 재력, 금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돈과 관련해 이런 말도 있다. 돈이 있으면 침대는 살 수 있으나 잠은 살 수 없고, 음식은 살 수 있으나 입맛은 살 수 없으며, 옷은 살 수 있으나 생명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즈음 어떤 이는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공금을 횡령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도 생긴다.

올해 병오(丙午)년에는 말처럼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대충 살 것이 아니라,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잘하는 일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격려가 필요한 해가 되면 좋겠다.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고귀한 존재다.

결국 산다는 것은 끝내 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속에서,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가야 하는 엄숙한 숙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