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제로섬 게임’ 넘어 ‘모두의 상생’으로

2026-02-05     정창수 칼럼·독자위원
<strong>정창수</strong><br>나라살림연구소장<br>​​​​​​​칼럼·독자위원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지방소멸’ 문제와 관련해 놀랍고도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인구가 줄어들기만 하던 농어촌 마을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로 정부가 지정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 7곳(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의 이야기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시범사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과 11월 이 7개 지역의 인구 흐름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극적인 전환’을 이뤄냈다. 특히 전남 신안군은 불과 두 달 사이에 인구가 2662명(6.85%)이나 늘었고, 경북 영양군 역시 4.0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해당 도(道) 전체 인구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실로 기적 같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월 15만 원이 증명한 가능성, 그리고 지방소멸의 해법이 변화를 이끈 힘은 비교적 명확하다. 정부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2년간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4인 가족이라면 월 6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소득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방소멸을 막을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시골에는 미래가 없다”며 떠나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망(기본소득)이 제공되자, 다시 돌아올 명분과 유인이 생긴 것이다. 이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소멸 위기 지역을 지키는 ‘지역 지킴이 수당’이자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번 인구 증가가 출생아 수의 증가(대부분 1% 내외 기여)가 아니라 외부 유입에 따른 결과라는 점은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정책이 사람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적절한 보상과 지원이 있다면 농어촌도 충분히 ‘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돈만 준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이번 분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읍(邑)’ 지역과 ‘면(面)’ 지역의 차이다. 인구가 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병원·학교·편의시설이 더 잘 갖춰진 읍 지역의 인구 증가율이 면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읍 지역은 9.31% 늘어난 반면, 면 지역은 5.89% 증가에 그쳐 꽤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데이터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진짜 대책은 ‘기본소득+α(알파)’여야 한다. 기본소득이 사람을 부르는 ‘초대장’이라면, 그들이 계속 머물게 하는 힘은 교육·의료·교통 같은 생활 인프라에서 나온다. 기본소득 정책이 의미를 가지려면, 낙후된 농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투자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뿌리 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상을 두고 이웃 지자체의 인구를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정된 인구를 두고 지역끼리 경쟁하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 더 넓혀, 이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상생의 실험’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은 시범사업이라 특정 지역만 혜택을 보지만, 이 정책의 효과가 입증돼 농어촌 전체로 확대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옆 동네 인구를 빼앗아 오는 경쟁이 아니라, 과밀화된 대도시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국가 균형발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기본소득 지급 과정에서 위장 전입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꼼꼼한 행정 관리도 필수다. 이런 신뢰가 쌓여야 농어촌이 도시민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휴식처’가 되고, 원주민에게는 ‘자부심’이 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숫자가 늘어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662명, 608명이라는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도 함께 봐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기적인 ‘인구 늘리기 깜짝 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 정책이 농어촌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했는지, 지역 경제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시범사업이 경쟁을 부추기는 수단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상생의 토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