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없는 연좌제… 월북 가족 '통한의 삶'

'끝나지 않는 연극' 6월 2일 예산군문예회관

2013-06-03     김혜동 기자

서울연극제 2년 연속 수상작
분단이후 현대사 이면 다뤄

5년 동안이나 아무도 보지 않는 연극을 하는 가족들이 있다. 월북한 형 때문에 받게 되는 빨갱이라는 오명. 그 오명을 벗고자 연조는 베트남전쟁에도 참전하지만 오히려 트라우마가 가중됐을 뿐이다. 그런 연조와 함께 사는 가족들. 연조의 그림자에 갇혀 사는 가족들의 페르소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극단 '유목민'의 '끝나지 않는 연극(오태영 작/손정우 연출)'은 내용 측면에서 분단 이후 지속 되고 있는 연좌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연조가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정부의 엄격한 감시 속에 악몽처럼 살아온 인생을 극중극의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끝나지 않는 연극'은 서울연극제 사상 전례 없이 한 극단에서 2년 연속 서울연극제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 극의 작가인 오태영은 희곡,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 극작가이다. 그는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1987년 32회 현대문학상, 2006년 43회 한국문학상(2006년)을 수상했다. 오 작가는 칼 융에 대한 관심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단무의식, 인간의 원형 등 융적인 사고가 다분히 반영돼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작품의 연출가인 손정우 또한 혜화동1번지 2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여 왔으며 2012년 서울연극제에서 <낙타풀>로 연출상과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출연진 또한 경기도 연기대상 수상자인 이봉규(연조 역)와 대한민국연기대상 수상자인 조선주(숙희 역)를 비롯해 극단 '유목민'의 김결(아들 역), 홍정연(자야 역), 동규찬(사내 역)과 중견배우 오민애(엄마 역)가 출연하여 작품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연출은 형식 측면에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코믹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무대화해 관객들의 흥미로운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장면을 만드는데 있어 관객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몽타주와 같은 영상기법을 사용했다.

동시에 연조의 내면적 심리상태를 극대화시켜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실시간 카메라 촬영기법을 도입해 보다 생동감 있고 신선한 감동을 준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연조의 이상심리, 모순과 역설 등 연극치료적 특성들을 파헤치는 것도 상당한 묘미가 될 듯하다. '끝나지 않는 연극'은 제31회 전국연극제 개막 초청공연으로 오는 2일 예산군문예회관에서 오후 4시, 7시에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