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성실한 작업"

인터뷰 // 노보성 영화 감독

2013-06-10     이수현 기자


소외된 노인들의 삶 조명한 다큐 작품 '3일장' 내년 완성
판소리 '중편제' 재발견에 관심… 홍성배경 장편영화 준비

카페에서 만난 청운대 영화학과 강사 겸 영화감독 노보성 감독(34)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해맑게 인사를 건내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는 10년 전부터 고집스럽게 공포영화만을 만들어 대한민국 대표 호러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2011년 장편독립영화로 제작된 영화 '시선'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돼 전회 전석매진을 기록했고 해외영화제에도 초청받아 그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철저히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중고등학교 입학을 거부하고 검정고시를 보는가 하면 가족과 떨어져서 할머니댁에서 지내는 등 학교보다 학교 밖 세상이 더 편한,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14살부터 사회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한 노 감독은 그런 경험이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길거리 비보이 댄스팀을 결성해 힙합에 빠져있던 시절 뮤직비디오 영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요즘 그는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소외받는 노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3일장'과 다문화가족들의 행복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준비하는 다큐멘터리 '3일장'은 내년 2014년에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란 작업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촬영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하지만 성실함을 요하는 작업이 좋아 차근차근 준비해 가고 있어요. 자녀들이 귀향 보내듯 시골에 내려와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나 요양병원에 갇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삶이 전부인 그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고령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보는 기회였으면 좋겠어요"

그는 다양한 영화소재에 흥미를 갖고 연구 중이다. 잊혀진 문화예술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중편제라는 중부지방의 판소리를 재발견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레옹'과 '미술관 옆 동물원'같은 소박하고 멜로가 녹아있는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 또 이니그마, 김반장, 타악이나 국악판소리를 즐겨듣기도 한다. 초밥식당을 운영하는 아내와 딸을 둔 그는 되도록 여가시간을 가족들과 보내며 가족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어릴 적 외로운 시절이 많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을 느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하나뿐인 딸에게 멋진 아빠로 보이고 싶어 더 작품 활동에 열중이며 그 덕분에 좋은 일도 많이 생겨 딸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는 지역영상작업과 다문화 다큐멘터리 등 하는 일이 많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홍성을 배경으로 한 장편상업영화 제작을 극비리에 준비하는 중이며 조만간 공개예정이라고 귀뜸했다. "먼 훗날 저와 같은 어려운 시절을 겪은 청소년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영화를 만들며 어울릴 수 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어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영화를 평생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럼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일을 함께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샘솟는 아이디어로 미디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노보성 감독. 그의 변화무쌍한 영화인생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