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홍주는 어디갔는가
금번 도민체전은 군 단위 최초의 '전국연극제'라는 보기 드문 문화행사와 함께 진행했다. 그것은 '홍주1000년'과 도청이전을 계기로 '내포의 중심, 홍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에서 기획 된 즉, 경제문화발전에 중점을 둔 순기능적 측면이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민체전의 기획의도가 명확히 표현되고 나타나야 할 개막식에서는 순기능적 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10만 미만의 인구 중에서 절반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고령화 된 사회구조에서는 낮 시간대에 펼쳐지는 개별경기장의 관객동원은 어렵고, 더구나 전국연극제라는 볼거리가 함께 진행되는 대회특성 때문에 개막식은 체전이 지향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했었다. 여기에 다른 시군에서 온 대회관계자들은 물론 방송과 언론에 부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개막식이 중요한 것은 축구나 태권도경기에서 등에서 홍성의 특색을 나타내거나 알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름 없는 땅이 어디에 있겠는가! '홍주1000년'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고려 공민왕 이후 600여 년간 내포의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심지어 진행자의 멘트에도 홍성(홍주)을 정확히 알리는 대목은 없었다.
다시 말하면 홍성을 대표하고, 그것이 미래로 연결되며, 세계로 나아 갈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려 공민왕 이래 현재까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보우의 철학, 또는 최영·성삼문의 절의(節義), 조선성리학의 최고봉인 남당의 예학, 김좌진·한용운(문학)의 독립운동, 그리고 한성준과 이응로의 예술성, 그도 저도 아니면 '홍성한우' '광천 젓갈이나 김' 등 무엇하나라도 확실히 표현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내포의 중심 1000년 홍주'를 시장을 떠도는 장사꾼차림으로 횡설수설 소개하는 것은 처음부터 격에 맞지 않고, 일본의 문화지배 의도가 분명한 트롯음악에 태극기로 몸을 가린 반라(半裸)의 학생들이 보여주는 선정적인 율동은 남당의 예학이 숨쉬고, 독립운동의 성지(聖地)에서 결코 펼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준비 된 원고를 읽은 진행자마저 외부인을 초청하고, 고민 없이 작성된 원고는 체전의 특성과 홍성을 재대로 알리기에는 너무나 미흡했다. 좁은 지면에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지만 무엇 하나 홍성다움을 찾아 볼 수 없었고, 기획에서 진행까지 홍성의 역량을 쌓아가려는 노력이 미흡한 개막식이었다.
자동차와 자전거를 경품으로 내어 놓고, 아이돌그룹의 축하공연으로 관객동원은 충분했다. 돌아가는 그들의 가슴속에 '홍성의 꿈 미래로! 충남의 힘 세계로!'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꿈과 희망을 심어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면으로나마 피력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