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15 >

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2013-07-12     한지윤
교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짧은 눈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철썩"
오국장은 집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현우의 뺨을 휘갈겼다 불꽃이 튀었다.
"아니, 왜 이래요. 말로 해도 되잖아요."
갑작스런 남편의 행동에 놀란 어머니가 사이를 막아섰다.
"도대체 언제까지 네놈 때문에 내가 이런 망신을 당해야 하는 거냐. 응? 이 녀석아."
혈압이 오르는 듯 뒷목덜미를 잡고 오국장이 소리쳤다.
"그러니까 저한테 신경을 끊으시면 되잖아요."
손자국이 난 뺨을 어루만지며 현우가 내뱉었다.
"뭐라고? 이런 나쁜 자식!"
현우의 건방진 태도에 아버지의 손이 다시 올라갔다. 그러나 매달리는 어머니에 의해 곧 제지되었다. 치켜 올린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진정 하시라구요."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삐딱하게 서 있는 현우를 쳐다보았다.
"현우 너도 어서 아버지께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
"전 빌어야 할 만큼 잘못한 게 없습니다."
어머니의 애원에 가까운 말에도 현우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차가운 표정으로 거실 안쪽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현우의 눈에 비친 거실은 대기업 중견간부를 가장으로 둔 집답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묵직한 색조와 부드러운 감촉의 고급융단 위에 놓인 값비싼 가구와 오디오 세트, 응접세트, 그리고 앙증맞은 분수를 뿜어내는 커다란 어항 속을 헤엄쳐 다니는 원색의 열대어들. 어머니의 심미안을 나타내주는 화려한 커텐에 감싸인 실내는 언뜻 보면 아주 평화롭고 푸근해 보였다. 그러나 그런 안락함이 오히려 현우에게는 역겹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저 놈이 그래도.. 도대체 네놈이 하는 일이 뭐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걸핏하면 싸움질이나 해서 학교에서 ¶i겨나는 일 말고 네 놈이 하는 일이 도대체 뭐냔 말이야."
현우는 여전히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외로 꼬고 서서 한쪽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진열대에 놓여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기념으로 찍은 사진. 그러나 둘 다 젊지 않았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결혼한 상대는 지금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 사람, 그러니까 현우를 낳아준 친어머니는 하늘 어디선가 지금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현우는 사진 속의 아버지를 적개심에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
"다녀왔습니다."
동생 경우가 늘 하듯 건성으로 인사를 하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집안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평소 같으면 책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부터 열어 봤을 테지만 오늘은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경우 본 좀 받아라. 동생한테 부끄럽지도 않니?"
경우가 사라진 이층을 힐끔 쳐다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진 여학생들이 불량배들한테 위협을 당하든 말든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나쳤어야 마음에 드셨겠습니까?"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벽을 바라보며 현우가 항변했다.
"건방진 놈! 넌 학생이지 깡패가 아니란 말이야."
"학생이면 양심과 정의는 무시하고 살아야 하는 겁니까?"
"정의? 그래, 걸핏하면 싸움이나 하다가 퇴학까지 당하는 게 정의냐?"
"그러면 편리에 따라서 타협하고 필요에 따라서 굴복하는 게 아버지의 정의입니까?"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