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16 >

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2013-07-18     한지윤
현우가 고개를 돌려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들었다.
"건방진 자식! 내 눈 앞에서 사라져. 꼴도 보기 싫어!"
오국장은 화가 나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비틀거리며 침대에 주저앉은 그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거울 속에 불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이마 양 끝에 숨길 수 없는 흰머리가 삐죽 나와 있는 오십이 다된 중년 남자의 근심이 얼굴 가득 박혀 있었다.
'나쁜 자식! 저를 키우기 위해 한평생 고생해온 것도 모르고…'
견딜 수 없는 심정으로 그는 담배연기만 자꾸 뿜어냈다.
현우의 얼굴에서 피식 웃음이 스쳐갔다. 차라리 잘 됐다는 심정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뜻이 통하지 않는 아버지와는 서로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는 현관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운도오하를 신었다.
"어디 가려는 거야?"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문 닫힌 안방을 의식하며 어머니가 물었다.
"상관 하지 마세요."
거칠게 한 마디 내뱉고 나서 현우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쩔 줄 모르는 채 돌아서던 어미의 눈이 언제부터인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경우와 마주쳤다. 어두운 표정으로 경우가 뒤돌아 올라갔다.
가게로 돌아온 왕순은 숨을 내쉬며 불안한 듯 계속 뒤를 돌아가 보았다. 금방이라도 미애가 코맹맹이 소리로 "왕순씨-"하며 달려들 것만 같았다.
'잘생긴 것도 죄라니까.'
오늘만큼은 자신의 잘생긴 얼굴이 걱정스러웠다. 왕순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꺼내들었다.
"형"
슈퍼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던 현우가 일어서며 왕순을 불렀다.
"너 웬일이냐?"
왕순이 의아한 듯 위아래를 훑어보며 말했다.
"응, 그냥."
현우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괜히 오토바이 뒷바퀴를 발로 툭 쳤다.
"어쨌든 들어가자."
왕순이 헬멧을 벗어들고 문을 열며 현우의 등을 떠밀었다. 의자를 건네주면서 왕순은 현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단단한 몸집과 훤칠한 키에 어울리지 않게 창백한 얼굴에 다소 반항적인 눈빛이 멍하니 벽을 향해 꽂혀 있었다.
"내 얼굴 처음 봐?"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보는 왕순에게 현우가 피식 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너, 집에서 무슨 일 있었냐?"
상기된 듯한 현우의 얼굴에서 왕순은 불안감을 느꼈다. 찬찬히 알고 보면 더없이 속 깊고 착한 녀석인데 학교나 집에서는 골칫거리로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 왕순에겐 늘 걱정이었다.
"그렇지? 무슨 일 있었지?
왕순이 탐색하듯이 현우의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형, 나 여기서 일하면 안 될까? 마침 병일이도 그만 뒀다면서. 병일이보다 일 잘할 자신 있다구."
현우가 발끝을 내려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뭐야? 너 집 나왔구나. 도대체 어쩌자고.."
"알아. 형이 무슨 말 하려는지. 속이 뒤틀리더라도 참고, 어른들이 몰라주더라도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도."
"그렇게 잘 아는 녀석이 그 모양이냐?"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