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비, 혜택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보육시설에만 지원…시설 못 보내는 저소득가정 전체의 절반

2008-03-15     이범석 기자

 정부가 매년 영유아 보육정책에 예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육시설에 편중돼 있어 그 혜택에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가 밝힌 올해 보육예산은 2007년에 대비 35.8% 증가한 1조4,178억원으로 도시근로자가구 월 평균소득 398만원 이하(4인 가구, 소득인정액기준)까지 보육료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영아기본보조금, 만 5세아 및 장애아 무상보육료, 두 자녀 이상 보육료 지원 단가도 인상해 부모들의 보육비용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당시 총 보육예산 6,551억원 중 중앙정부 예산은 3,120억원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것으로 불과 5년 사이에 4.5배가 늘어난 셈이다.

◆정부 보육비, 얼마나 늘렸나
여성부에 따르면 이같이 올해 보육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보육시설(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 106만명 중 78% 이상인 83만명의 아동이 보육료 지원혜택을 받게 된다. 즉 10명 중 8명은 보육료 지원을 받게 되는 것으로 이는 지난해 77만명에서 8%가 증가한 숫자다.
특히 소득에 따라 지원받는 차등보육료(1~5층)도 보육시설을 다니는 아동의 보육료 중 최하 30%(5층)에서 많게는 전액(1층, 2층)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월소득 인정액 151만원 이하 가구는 보육료 정부지원 단가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부모의 육아비용 부담은 경감하되 민간보육시설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도입한 만2세 이하 ‘영아 기본보조금’도 늘렸다.
즉 만1세미만은 34,000원, 만1세 16만4,000원, 만2세 10만9,000원으로 영아기본보조금 지원단가가 늘게 된다. 결국 만 2세이하 영아는 국공립, 민간시설 관계없이 동일한 보육료를 부담하게 돼 25만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올해 만5세아 무상보육료, 장애아 보육료, 두자녀 이상 보육료 등의 지원단가도 인상했다.
특히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인정액 398만원 이하 가구의 경우는 보육시설을 다니는 만5세 아동에게는 보육료 전액이 지원되며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취학 전 만 12세 이하의 장애아도 장애정도 및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료 전액이 무상 지원된다.

◆시설 편중, 다양성 인정 못해
이처럼 올해 보육 예산이 늘었지만, 지원의 단서는 대부분 ‘보육시설을 다닐 경우’로 한정된다. 결국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정부의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고 보육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대 여성연구소 이재인 교수는 “보육서비스 지원정책에 있어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보육지원 정책은 보육시설에만 지원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국가가 아무리 돈을 써서 지원을 하더라도 정작 보육시설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교수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의 경우, 보육료 지원에 앞서 필요한 것은 조세혜택과 현금부조 정책일 수 있다”며 “현재 저소득 가정의 경우 보육시설에 보내는 경우는 전체 대상 아동의 절반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발표한 ‘16개 지자체 보육정책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도 많은 지자체들이 보육시설에 대한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에 편중돼 있다.
특히 많은 지자체에서는 시설별 지원(인건비 등)을 줄이고 아동별 지원(보육료)를 확대하는 것에 지자체 시설장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설별지원이 줄게 되면 보육교사의 인건비 지원이 축소돼 사실상 보육시설 운영기관의 재정과 교육서비스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보육료 자율화’ 해법 될까?
물론 지자체별로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도 지급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매우 미미하다.
대표적인 지자체는 서울, 대구, 광주 등으로 전제는 셋째아 이상을 출산 했을 경우로 서울과 광주는 10만원, 대구는 20만원을 시설 미이용 아동 양육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육의 공공성’ 보다 보육의 고급화를 위해 ‘보육시장의 자율화’를 모색하고 있어 정부의 보육정책의 실효성 공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반발여론이 적잖다. 시설별로 보육료를 자율화하기에는 아직 국내 여건이 보육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보육시설은 2006년 기준으로 전체 보육시설의 5%에 불과한 반면 민간보육시설이 약 9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보육료가 자율화되긴 했지만 국공립과 비영리법인 보육시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며 “현재 공공보육시설이 5%에 불과한 우리의 경우 보육료 자율화가 이뤄지면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