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1주일전 암시… 평소 안하던 행동․말 한다
주변인 76% 못 알아채
충남정신건강증진센터 심리학적 부검 보고회
충남지역 자살 사망자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1주일 전쯤 가족 등에게 자살을 암시했지만 주변인 상당수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충남도와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가 지난 2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충남 자살 원인 규명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보고회에서 밝혀졌다.
심리사회적 부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자살 사망자들 대부분은 자살 1주일 전쯤 평소와 다른 언행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자 52%는 고마움, 부탁 등 평소 안하던 말과 굶거나 포식을 하며 폭력 행사, 부모 묘소 참배, 통장 정리 및 양도, 농약창고 배회, 평소 다니던 곳에 안가고 거동 불편에도 외출을 시도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의 행동을 보였다.
또 40%는 ‘먼저 가고 싶다’는 등 죽음이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했으며 24%는 의존하던 가족과 떨어지게 된 점을 힘들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자살자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죽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마지막 도움 요청의 신호로도 해석했다.
하지만 자살자의 가족 등 주변인 76%는 자살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일부 자살자의 경우는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했음에도 주변인들이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장소는 자택(84%)이거나 자택 근처 야외(12%), 직장(4%)이고 최초 시신 발견자는 가족(76%), 지역 주민(16%), 친구(8%) 등이어서 자살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숨기려 하기보다는 지인들에 의해 쉽게 발견되기를 소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박탈감·좌절감, 만성질환, 의료·문화시설·문제 해결 지원 등 자원 부족과 활력 부족, 부모-자녀 사이 괴리, 고령노인 소외, 정서적 특징, 술 문화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충남지역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로 자존심이 강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해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등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자살 예방 대책으로는 교육,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 가족문제 해결 및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개입, 요양원 이용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서비스 질 관리, 마을 공동체 강화, 여가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심리사회적 부검은 충남의 자살 현상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한 체계적 자살 예방대책 수립, 유가족에 대한 지원 서비스 제공, 사후 관리체계 마련 등을 위해 실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