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 뒤흔든 18세기 맛 향연
왜 교황청은 버터에 면죄부를 발행했는지, 입맛 잃은 영조가 고추장에 푹 빠진 사연, 감자가 어쩌다 악마의 작물로 누명을 썼는지, 건륭제가 조리사를 이끌고 강남으로 맛 기행을 떠난 이유 등 18세기를 뒤흔든 맛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무수한 음식은 유구한 변천을 거쳐 식탁 위에 올라오면서 파란의 인간사만큼이나 흥미로운 역사가 깃들어 있다. 예컨대, 유럽인들이 홍차에 타 마셨을 뿐 아니라 호화로운 설탕장식으로까지 만들며 부를 과시하던 설탕의 달콤한 맛은 사탕수수농장에서 착취당하던 노예들의 죽음을 대가로 즐긴 맛이었다(최주리·‘달콤한 설탕의 씁쓸한 그림자’). 조선의 사대부들은 “선비가 절개를 지켜 죽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복어를 먹고 죽는 게 녹록하게 사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라고 장담하며 목숨을 걸고 복어국을 먹기도 했다(안대회, ‘치명적 유혹의 맛, 복어국’). 이렇듯 맛의 역사를 들춰보면 어떤 맛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고, 어떤 맛은 죄의 사함을 받아야 했으며, 또 어떤 맛은 국가의 통치 도구로도 활용됐다고 전하고 있다. 18세기에 펼쳐진 지극한 맛의 향연, 그것은 거대한 혁명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안대회․정병설․이용철 지음/문학동네/1만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