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약 천국 대한민국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스스로 진단하고 이것을 해소시켜줄 ‘명약’을 찾아 병원, 약국, 한의원 심지어 시장 골목의 한약방까지 찾아다닌다. 자신이 내린 진단에 장단을 맞추어 주는 의료인을 만나면 아낌없이 주머니를 털털 털어 약 보따리를 들고 귀가한다. 의료인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경쟁적으로 약 보따리를 환자에게 주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가 입을 통해 먹는 모든 약들은 대부분 간을 통해 대사되어 소변을 통해 배설된다. 간에서 일어나는 약의 대사에는 간효소들의 지속적인 해독작용이 관여한다. 이러한 대사산물들은 혈류를 타고 콩팥으로 보내져 인체에 필요가 없는 성분이라면 사구체를 통해 배설된다. 우리가 별 필요 없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쓸데없이 유발되어 그만큼 간, 콩팥의 부하는 늘게 마련이다.
저렴한 한국의 약값과 무분별한 의료기관간 경쟁이 이러한 약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과 관대함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내 몸에 반드시 필요한 약인지를 충분히 상담하고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