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57 >
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못 당하겠군. 핑계없는 무덤 없다더니. 꼼짝 없이 공짜 음식 먹어야겠네.”
“어허 공짜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 우리집 음식 먹고 맛있으면 선전해달라고 주는건데.”
“알았어, 알았어.”
“그래 뭐 먹을래?”
“쫄면 먹지 뭐.”
한참동안 메뉴판을 훑어본 현우가 말했다.
“난 떡만두국.”
진영도 따라 주문했다.
“아줌마. 쫄면 하나하고 떡만두국 하나요. 그리고 군만두 하나두요. 전부다 곱빼기로 해줘요.”
“그래 그래. 개동이 친구들인가부지?”
주방에서 고개를 내민 아주머니가 웃으며 두사람을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엉덩이를 들썩이며 인사를 드린 현우와 진영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학교에서 오냐?”
개동이 노란무와 김치, 젓가락을 가져오며 말했다.
“응, 아니.”
“응이면 응이고 아니면 아니지. 응, 아니는 뭐냐?”
“응. 학교앞 만화방에 들렀다 오는 길이야.”
현우가 겸연쩍게 웃으며 변명했다.
“앞뒤로 앉더니 벌써 친해진 모양이구나. 좋겠다.”
개동은 부러운 듯 두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래, 포도주와 친구는 오랠수록 좋지. 백짓장도 맛들면 낫고,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고..”
“뭐? 뜬금없이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얘긴 왜 나오냐?”
“그게 그런 뜻 아니냐?”
개동이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음식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탁자에 놓여지자 현우의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꾸물거리면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겠다. 빨리 먹어라.”
개동이 쫄면은 현우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맛있냐?”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들이키고 있는 두 사람을 흐뭇하게 보며 개동이 물었다.
“응..”
입안에 가득한 음식 때문에 대답을 얼버무리며 둘이 웃어보였다.
“넌 안 먹냐?”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고 있는 개동을 의식한 진영이 말했다.
“나? 말도 마라. 억만금을 준대도 안 먹는다. 이 가게를 내기 전 내 소원이 뭐였는지 아냐? 질리도록 떡볶이를 먹어보는 거였어. 가게 차린 지 딱 3일만에 소원성취했지. 하루에 떡볶이를 100개씩 먹어치웠거든.”
“뭐? 100개를?”
두사람은 신기한 동물을 대하듯 눈이 휘둥그래져서 개동을 쳐다보았다.
“야야.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라. 백개라고 해야 별거 아냐. 너희들도 그 정도는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을 걸. 세 끼니 모두 굶고 앉아서 먹어대면.”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