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대나무 치는 사람’

대나무 그림 통해 고암예술의 원형 탐색

2014-07-03     서용덕 기자


이응노 탄생 110주년을 맞아 이응노생가기념관은 ‘이응노, 대나무 치는 사람’을 주제로 오는 18일부터 고암의 뿌리인 대나무 그림의 역사전 변천 과정을 통해 고암의 삶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념전을 연다. 고암 이응노는 일제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한 삶 속에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스승인 해강 김규진이 고암에게 대나무처럼 청정하라는 뜻에서 내린 ‘죽사(竹史)’라는 호처럼 그는 84세를 일기로 숨을 거둘 때까지 불의나 부정과는 타협하지 않는 굴강(屈强)한 삶을 살았다.

고암은 “애죽심위예술지본(愛竹心爲藝術之本.대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예술의 근본)”이라는 화제처럼 평생 동안 대나무는 그에게 있어 가장 아낀 벗이자 미술적 소재였다. 이번 기념전은 고암이 가장 아낀 예술의 벗이자 원형이라 할 대나무 그림을 중심으로 2실에서부터 4실까지 일제강점기, 해방 후 도불 직전시기, 유럽 활동 시기까지 그의 대나무 주제의 변화와 확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통과 근현대 속에서 고암이 어떻게 현대적 추상으로 해석해 갔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홀에는 같은 시기 활동했던 작가들의 현대미술에서 대나무 작품을 함께 배치해 고암의 예술 세계를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념관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응노의 묵죽을 다시 관찰하면서 전통과 근현대가 호혜 관계를 이루며 새로운 해석공간을 열어갈 수 있는 계기와 단초를 찾아낼 수 있게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실에는 일제강점기시기 작품을 통해 고전적 인문 교향을 표현하는 문인화 주제 가운데 하나인 묵죽에서 사군자의 사의정신과 기운생동을 통해 고암의 예술세계가 다양하게 변모해가는 본질적 기반을 엿볼 수 있게 배치했다. 3실에는 해방후부터 도불 이전 시기의 죽림도, 대숲 등 사실주의와 반추상이 혼재된 실험적 작품이 전시 된다. 대나무의 사실성을 무시하고 죽간을 단순화시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의 역동성을 통해 고암 특유의 기운생동과 수묵의 농담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대나무를 만날 수 있다.

4실에서는 도불 이후시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암은 고답적인 사군자에서 벗어나 화면에 추상적인 효과를 끌어내곤 했는데 군상시리즈 등을 통해 인간 또는 문자로 댓잎을 형상화한 것을 볼 수 있다. 보는 이들에게 군상과 문자추상의 모태가 대나무에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홀에 동시대를 살았던 박문종, 송필용, 김준권, 홍성민 등의 주요 현대 작가의 대나무 작품을 배치해 대나무 주제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변용·해석 되었는지 아울러 볼 수 있다.

고암은 “올바로 볼 줄 알고, 올바로 들을 줄 알고, 올바로 생각할 줄 알아야 좋은 창작생활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전은 올곧은 대나무처럼 살았던 그의 삶과 예술을 대나무를 통해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이응노 탄생 110주년 기념전은 오는 8일부터 내년 3월 8일까지 계속된다. 문의는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630-9232)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