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11>
“안되겠다. 우리 형님들께서 손 좀 봐서 버릇을 들여놓는 게 좋겠다.”
그 소리에 신중은 더더욱 겁에 질렸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교무실도 그곳과 떨어진 본관 건물에 있었고 보니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절망과 좌절의 늪에 이미 한 발이 빠진 느낌이었다. 큰일을 당할 것만 같아서 오금이 저려왔다.
싸움이라는 싸자도 모르고 살아온 신중이다. 초등학교 때 실수로 친구의 코피를 터뜨려놓고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떡볶이에 아이스크림, 피자, 야채 참치, 양념통닭에 처갓집 무슨 통구이에 과자, 세븐업 등을 사주면서 백골이 난망이라며 빌어본 경험이 전부인 신중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최후의 통첩.
“너 밖으로 따라 나와.”
“어딜……”
“어디긴 짜샤, 뒷산으로 가서 볼 일이 있어.”
그들이 뒷산이라고 한 곳은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 뒤쪽 으슥한 곳의 공터였다.
“왜들 그래 애……? 나 그만 집에 가야 되는데……”
“그렇겐 안 돼!”
“?……”
“잔말 치우고 어서 책가방이나 챙겨 임마!”
“이러지 마.”
“신사적으로 대할 때 순순히 따르는 게 신상에 유리해. 무슨 뜻인가 알겠지?”
“신상이라구?”
그때였다.
“챙기라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엉?”
신중은 순간적으로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눈깔이 되며 오줌을 싸기 직전이 되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짠짜라짠-하는 팡파르도 없이 구원의 손길이 신중에게 나타나 주었다. 그렇게 나타난 구원의 사자는 큰 걸음으로 교실 바닥을 울리며 곧장 신중에게로 다가왔다.
“야, 너 무슨 일 있니?”
그의 당당한 태도에는 세 명의 상급생 쯤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신중은 그의 낯이 익어 재빨리 생각하자 같은 반 학생임을 알아차렸다. 믿음직스러운 그의 체구는 상급생 역도부와 비해 볼 때 비까비까 막상막하였다.
“넌 뭐야?”
땅딸이 상급생이 그를 째려보며 곱지 않게 물었다. 그와 함께 더욱 기절할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는 넌 뭐야?”
당당하게 대들듯이 되물으며 두 눈을 치켜뜬 그가 바로 뒷날의 친구 김호동 이다.
“이 짜식 봐라!”
땅딸보 상급생은 당장 뱁새눈이 되며 호동을 노려보았다. 그때 덩치 큰 상급생이 뱁새눈을 만류하며 느긋하게 호동을 바라보았다.
“너도 신입생이냐?”
점잖은 목소리가 제법 어른스럽게 들렸다.
“맞아. 그런데?”
여전히 당당한 호동의 반응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