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14>

2014-09-19     한지윤

신사적이고도 페어플레이적인 상급생의 태도에 금방 온갖 갈등들이 씻겨 져 나갔다. 신중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나타났다. 상당히 깐죽거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뱁새눈도 어느새 헤헤 웃는 얼굴이다.
“난 장래 역도 금메달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정병관이다.”
“난 김호동.”
“그러고 보니 씨름선수였던 코미디언 강호동 하고 이름이 같구나?”
“그럴 것까지야.”
“헌데 넌 무슨 운동을 주특기로 하고 있니?”
“별로야.”
“어쨌든 좋다.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어때?”
“좋지.”
“까짓것 선배래야 1년 차이니 가릴 필요 없어. 그렇지?”
“좋아.”
“그리고 너……”
정병관은 신중을 바라보았다.
“신중이라고 했지?”
“으응, 임신중……”
“그런데 이름이 어쩐지 좀 이상하다.”
“임신중이라구?”
신중은 그만 얼굴이 빨개졌다. 어쨌거나 그날의 페어플레이는 그게 전부였다. 그 일을 계기로 해서 신중과 호동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고 어느덧 서로 비밀도 없는 절친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성격상 짖궂은 면을 가진 호동이라는 것은 앞에서 말했다. 가끔씩 그 장난끼가 지나쳐서 매우 집요하고 끈질길 때도 있어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발전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 또한 호동의 끈질긴 성격이다. 한 번 궁금증이나 기타 의문점을 가지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으며 물고 늘어지는 도사견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도사견처럼 어린아이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죽도록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처음에는 누구보다도 의젓하게 굴었던 호동이었다.
그랬던 게 신중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 다음부터는 그런 의젓함이 사라진 듯 했다. 어쩔 수 없이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있는 그대로의 개구쟁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인지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었을 때는 신중 역시 성적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오면서 호동과 짝짜꿍이 척척 맞는 사이가 되었다. 즉 호동이 히히 웃을 때 신중은 헤헤 하고 웃는 짝꿍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닦아 놓은 기존의 틀에 자식을 맞추려는, 오직 명예와 성적만을 내세우는 학교나 학부모, 그래서 꼴찌한테는 장래의 행복이 약속되지 못 한다. 바각바각 우겨대는 어른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식을 명문교에 보내기 위해 주민등록을 세 차례나 옮긴 신중의 아버지. 역시 아들을 그 학교에 보내기 위해 건축업으로 운 좋게 모아들인 막대한 돈을 물 쓰듯 하는 호동이 어머니가 다 그랬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그보다 아들들의 장래가 오직 강남의 명문인 S교에만 있다는 듯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신중과 호동의 부모뿐이 아니다. 성적의 우승, 학교생활의 모범생, 자율적인 어떤 융통성조차 허락해 주지 않는 학교와 학부모의 전쟁에 휴전이 선포되지 않는 한 신중도 호동도 꼭두각시일 수밖에 없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