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15>
사실 컨닝이라는 것이 묘하다, 일등, 이등, 삼등을 하는 놈들은 일등을 지키거나 일등을 하려고 아등바등하면서 컨닝이라도 해서 일등을 하려는 정말로 묘한 심리가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자이고 잘난 놈들이 더 잘살아보고 더 잘나 보이려고 온갖 부정과 부패, 속임수를 쓰면서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어떻게 해서 되돌려 놓을 수 있느냐고, 그게 사실인데. 야, 봐라. 국무총리, 장관 하려고 청문회 하는 거 한번 봐라.
사그리 근엄하고 최고이며 정직한 척 하는 자들의 행태를 보란 말이지. 아, 대한민국이다. 신기할 정도로 기막힌 방법으로 온갖 불법과 변칙을 일삼으며 살라온 그들이 대한민국 지도자를 해보겠다고 청문회에 나와 밝혀지는 진짜 컨닝의 묘수와 진수를 말이다. 정직한 놈들만 못사는 세상, 불공정한 세상, 아 쓰~.
하지만 꼴찌반 아이들은 컨닝을 하지 않듯 삶도 정직하다는, 속고 속이는 일이 반복되는 세상사에서 이변이라면 기막힌 이변이다.
부모에 대한 불효에도 불구하고, 근엄하신 학교 선생님에 대한 불충인 줄 알면서도 그러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신중과 호동의 우정 어린 행진은 계속되었다. 한 해가 지나도 이름 탓에 신중은 계속 임신 중이었다. 평생 임신 중이다가 끝내 임신 중에 저 세상으로 갈게 분명했다.
“신중아.”
호동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신중을 불렀다.
“왜?”
“오늘은 먹고 싶은 거 또 없니?”
“모르겠어.”
“귤이나 뭐 신 거 아직도 먹고 싶니? 산부인과에 가서 컴퓨터 진료도 해 봐야지.”
“별로야.”
“그러다 기형아라도 낳게 되면 어쩌려구?”
“그럴 리 없어. 정기검진은 꼭 받으니깐.”
말로만 들으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갈 이야기들이다.
“그나저나 지금이 도대체 몇 개월째니?”
“나도 모르겠어.”
“그럼 누가 알아?”
어차피 평생 이럴 건데 뭐. 그냥 대충 3~4개월쯤으로 해 두는 게 좋겠다.
“그렇다면 배가 불러야 되는데 앞뒤가 안 맞아.”
“대충 넘어가자. 실제로는 배도 부르다고 생각해.”
“어디가?”
호동은 손바닥으로 신중의 배를 슬슬 문질러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배가 부르면 속으로 부르지 겉으로 솟아 오르냐?”
“뭐?”
“학생신분인데 어떻게 배를 드러내놓고 부르게 하니, 안그래? 그것도 모르니. 넌?”
신중은 여자처럼 곱게 눈을 흘기더니 두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 안는 시늉을 했다. 언제 어디서 일했는지 기절할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해내고 있는 것이다.
“히히! 우습다. 그치?”
“놀리면 싫어이잉.”
“그건 그렇고, 신중아. 농담은 이제 뚝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