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는 삼준산의 혈맥을 지키자

2014-09-26     박종민<수필가 ·시인>

홍성의 여러 산 중 백월산, 용봉산 못잖게 이름난 명산으로 삼준산이 있다. 조선조 초기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 홍주목산천조에 오를 만큼이나 이름난 산이다. 옛 문헌엔 삼존산 이었으나 지금은 삼준산으로 개명돼, 주봉인 압휘봉을 중심으로 운교봉과 명덕봉에 이어지는 3개의 준봉을 근거로 해 근세에 들어 삼준산이라 부르는 듯하다.

삼준산은 갈산면의 골격을 이루는 산이다. 해발490m산정인 압휘봉에서 운교봉과 명덕봉을 거쳐 꿰꼴봉에 이어지고 병암산 삼불산에 이르기까지 주변 야산과 마을, 논밭옥토를 연결 지으며 민초들의 젖줄이 되어왔다. 또한 삼준산맥을 중심으로 숱한 전설과 야화가 서려있어 면민들은 주산인 삼준산을 신격화하여 별나게 위하며 아끼는 산이다.

이 신격화된 산의 혈맥이 끊겨간다. 농산개발회사의 지나친 석산 돌 채취영역확대와 무분별한 암반굴착파괴로 산록이 죽어가고 맥이 끊겨간다. 나무는 물론 풀도 시들어가고 함빡 뒤집어 쓴 돌가루에 인근 산림까지 병들며 맥 못 추고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성업 중인 농산개발회사는 산업개발논리에 따른 정당성이라도 주장하는 건지, 묻고자한다.

환경파괴와 공기오염, 연무처럼 날리는 분진과 소음공해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고충엔 귀를 틀어막고 눈감은 듯,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도 오늘도 돌 깨는 굉음은 그치질 않고 대형화물차가 쉴 새 없이 오가며 선하고 약한 인간과 동식물의 숨통을 조여 댄다. 자연유적지인 운교봉 아래 구름다리의 신비한 정경도 빛을 잃었다. 구름다리의 전설과 비화도 함께 잊혀가고 죽어간다.

산맥의 혈맥이 끊기면 재앙이 일어나고 자자손손 수난을 받는다했다. 실제로 과학적 증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를 믿고 지켜야한다. 맥이 끊어지고 환경이 파괴되고 자연경관이 훼손돼 전설유적지가 사라진다면 우리인간의 삶 공간 역시 위축되며 없어지고 마는 것이리라. 끊겨가는 삼준산의 혈맥을 더 이상은 끊어지지 않게 지키자. 지금 지켜내지 못한다면 지역민의 미래는 없다. 반드시 지켜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