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19>

2014-10-24     한지윤
"걔네들이 네 잠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너 정말!……"
"그래그래, 그건 농담야. 정말 못 봤니?"
"생각해 봐, 그럴 정신이 어디 있겠나."
"뭘?"
"바지 정면의 동대문이 점잖지 못 하게 스리 열린 줄만 알았다니깐. 생각해 봐라. 너 동대문이 평소 일반인들을 향해 열리는 거 봤니?
"진짜 동대문?"
"그래."
"네 바지가 아니고?"
"그래."
"그거라면 못 봤지. 봤으면 난 간첩야."
"그렇다니까."
"그렇다면……"
호동은 잠깐 무엇인가 머리큐를 굴리는 표정이 되었다. 그것이 신중을 궁금케 했다. 끈질긴 집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려 잘됐다."
"잘 돼애?"
"그렇지 않아도 말야. 요즘 뭔가 새롭고 흥미 쫀쫀한 일이 없어 맹물탕 같던 판야."
"그래서?"
"우리 구경이나 한 번 가자?"
"구경?"
"대체 간판이 어떤 솜씨로 휘갈겨져 있는 애들이기에 도끼자국 가지고도 그렇게 겁 없이 설쳐대는지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
전 같으면 그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을 신중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호동이 말한 도끼자국이 뭔지는 금방 알아차렸다. 고사성어에나 나올 수 있음직할 표현인데도 총알 같이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새롭고 흥미 쫀쫀한 일 없어 맹물탕 같다고 했다.
정말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너무 많아서 그렇다. 낮에는 학교에서, 밤이면 집에서 온통 공부공부, 그래서 공부만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만 신경과민 증세를 보일 정도였다. 새롭고 흥미 쫀쫀한 일이라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기분전환을 내일을 위한 충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퍼질러 잔다고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고,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났을 때 오히려 피로가 풀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직 고등학교에도 가기 전에 대학에 가기 위한 학력고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되는 신중과 호동 등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호동의 말을 듣고 있던 신중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걔네들을 구경하잔 말이지?"
"맞았어."
"어떤 방법으로 봐?"
"그거라면 또 내가 왔다지. 넌 왔다 동생 갔다고 말야."
맞는 말이었다. 그런 문제라면 당연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중이 그런 분야에서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소위 왕창싸. 라는 것 하나 뿐인 게 사실이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신중이 예를 들어 일본말을 안답시고, 도끼로 이마 까, 하면 호동은 대뜸, 깐 이마 다시 까, 하고 항상 앞지른 것이 두 사람의 현주소였다. 물론 사적인 면에서 그렇다.
"어떡할 생각인데?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자신도 싫지 않았고 호동의 실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궁금한 신중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