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의 매력
그래도 대충 어떤 식으로 파는 것인지는 아니까 오랜만에 열심히 해보자고 갔다. 도착하니 용산역 앞 시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자리에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고, 이벤트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 몇몇이 매 시간마다 추첨을 통한 증정 이벤트를 하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오전엔 아무래도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뭘 사려는 생각이 적은 때였는지 슬슬 시간이 갈수록 가져간 야채들이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참여하신 다른 단체들처럼 안 팔리면 가져가도 되는 물건 들이 아니라 야채는 안 팔리면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약간의 시식거리를 제공하며 사람들을 모으고 말도 붙여 보고, 한참 설명도 하다 보니 오후가 되었고, 조금씩 고기류와 야채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홍보전이 열리는 바로 옆이 이마트였는데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특히 홍성이 고향이라는 분들이 오셔서는 이것저것 사주셨다. 홍성이 고향은 아니지만 대학을 나왔다는 분까지 애들 데리고 오셔서 단지 그 이유 하나로 뭘 잔뜩 사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옆에 이마트 가면 더 쌀텐데 말이다.
여하튼 3일간의 홍보전중에 이틀째에 가서 내가 팔아야 할 양은 조합에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팔아서 다행이었다. 이벤트 회사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주셨지만, 얼마나 전전 긍긍했었는지. 얼마를 팔았냐도 중요했지만 지나가는 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그분들이 어떤 것을 못 믿고, 어떤 농산물에 관심 있는지, 어떤 품목은 어느 정도 가격이면 쉽게 사시는지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중간에는 미국에서 왔다는 한 가족이 자기네 나라엔 유기농산물이 흔한데 우리나라는 살 수 있는 곳이 적어서 어렵다며 전화로 주문하면 보내달라고 내 전화번호까지 따갔었다. 웃기지만 미국엔 우리나라보다 마트에 유기농이 흔하다는 것까지 장터에서 배웠다. 아무튼 평소에 장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요즘 도시 농부라는 유행을 따라 서울에서도 마르세 장터, 풀장, 동진시장 등의 예쁜 시장들이 많아서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 농업인이 자기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 중에 제대로 해보지 않은 것이 딱 장터였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농산물을 팔아보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파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느낄 때,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적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은 장터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장터를 통해 모르는 사람들을 ‘거기서 만났던 사람’으로 안면을 트게 된다는 것, 그러면서 사람들과 벌이는 말싸움과 신경전도 은근히 즐거운 일이다. 쉬는날 다녀와서 힘들긴 했지만 장터의 생기를 느낄 수 있었고, 또 한 방식의 무형의 판매처를 알게 되어 든든해지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