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의회 첫 군정질문 의원-군수 ‘날선 공방’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 및 관리 소홀로 혈세 낭비 지적
상수도 부실공사 적발… 감독체계 헛점 드러나
홍성군의회는(의장 이상근)지난 25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25일간의 일정으로 제224회 제2차 정례회를 열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했다.
정례회 첫날인 25일에는 김석환 군수로부터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군정연설을 듣고 의원들은 지역현안과 관련해 총 22건의 질문을 했고 김석환 군수로의 답변을 청취했다. 원도심공동화에 따른 군의 미진한 대응책이 첫 번째 도마 위에 올랐다.
김헌수 부의장은 “내포신도시가 안착되기 전에 홍주성의 복원이 이뤄졌어야 원도심 공동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제라도 상설시장과 전통시장을 합쳐 구도심이 활성활 될 수 있도록 군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김 군수는 “홍주성 복원은 한두 푼 갖고 되는 일이 아니다.
내년도에 복원비로 30억 원이 확보돼있다”고 말하며 “기본계획 자체가 단기계획이 아니라 돈에 맞춰 순서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김 군수는 전통시장과 상설시장을 합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용역을 주거나 군이 나서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상권을 단일화 하겠다는 상인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윤용관 의원은 “구제역 발생이후 지역건설업체가 많이 늘었는데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일거리가 없다”며 우리지역 공사는 지역 업체들이 배분받아 할 수 있도록 군의 배려를 촉구했다. 또 윤 의원은 노인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읍·면별 인구수보다 노인인구 분포도에 맞게 노인들의 일자리 사업을 배분해야 한다”며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홍성IC 주변에 종합특산물판매단지가 조성돼야 한다는 김덕배 의원과 김군수와의 날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김 의원은 한우, 새우젓, 김 등 농특산물을 홍보 판매할 수 있는 종합판매단지 조성을 요구했고 김 군수는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이는 법인이나 개인이 할 일이지 군이 직접 나서서 할 사안은 아니라며 이견을 좁히지 않았다.
이번 군정질문에서 의원들의 돋보이는 제안도 눈에 띄었다. 황현동 의원과 박만 의원이 제시한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인 그룹홈제도가 그것이다. 황 의원과 박 의원은 “관내 독거노인수가 많다”며 “낮에는 마을회관에서 함께 지내지만 저녁이면 혼자 집으로 돌아가 생활해야 한다”며 이분들이 공동으로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룹홈 제도를 시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과 감시소홀로 인한 혈세낭비 사례도 조목조목 짚었다. 노인종합복지관의 부적절한 예산사용과 관련해 최선경 의원은 “해마다 똑같은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군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김 군수에게 일침을 던졌다.
최 의원은 “노인종합복지관의 위탁자 선정과 시설장 교체여부와 관련해 군이 올해 안에 확실히 정해야 할 것”이라며 재발방지와 함께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김 군수는 보조금 지급업체나 위탁업체를 두둔하기에 급급했다.
김 군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예산에 대해 업무처리 미숙으로 부적정하게 집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위탁업체 감싸기로 일관했다. 김 군수는 “인력이 자주 바뀌는 과정에서 전임자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문제가 있는데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교육을 통해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원사업의 사후관리 미흡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병국 의원은 17억6000만원이 지원되고도 지난해 가동이 중단된 건두부 공장의 경우 보조금조례에 따라 투입된 자금의 회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군수는 “운영이 안 되고 있는데 회수할 방법이 없다. 누구한테 회수 하냐? 주겠냐?” 며 군의 혈세낭비 행정을 지적하는 의원에게 오히려 따져 물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상근 의장은 “보조받은 자가 보조목적대로 하지 않는다면 집행부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며 김군수의 답변에 제동을 걸었다.
이병국 의원은 홍성이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특구로 지정된 만큼 관련 조례제정 등 군의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특례법을 다각도로 활용해 이름만이 아닌 제대로 된 유기농업특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군수는 “현재 4%인 친환경농업인증지역을 10%대로 끌어 올리는 한편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이 통합된 6차 산업으로 적극 추진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군정질문 과정에서 상수도 공사의 부실시공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서부면 상수도 공사과정에서 재활용 골재를 사용하다 주민의 신고로 적발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며 군의 공사감독 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박만 의원은 “구제역 이후 읍·면에 새로 설치된 상수도 관로에서 누수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는 부실공사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군의 재점검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 군수는 관련부서에 부실공사 사례가 있는지를 되물었고 김종수 수도사업소장은 최근에 서부면 공사현장에서 재활용 골재로 바꿔치기해 재공사를 한 사실을 실토하게 됐다.
이밖에도 이선균 의원은 쌀과 배추 가격 폭락에 따른 안정화대책과 지역고용효과가 지지부진한 민선5기 기업유치현황을 꼬집었고, 유사행사의 통합운영을 요구한 방은희 의원은 여성대회나 어머니생활체육대회를 통합한다고 답변을 해놓고 내년도 예산안에는 두 행사의 예산이 버젓이 잡혀있다며 군의 말뿐인 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의원들의 질문과 김석환 군수의 답변은 두 번의 정회가 있은 후 저녁 6시를 넘어서야 모두 끝났다. 김 군수는 의원들과의 일대일 보충질문 등 4시간에 걸쳐 답변을 이어갔고 실·과·사업소장들도 보좌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번 정례회 첫날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의원별 질문의 깊이가 있었고 대안도 제시하는 등 군정질문의 위용과 깊이를 나름대로 갖추었다는 평가다. 최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의원연수를 다녀오고 자체적으로 예산안 심사공부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들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정례회 기간 의원들의 행보에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