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4>

2014-11-28     한지윤

그런 상황에서도 보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먹어댔다. 벌써 3인분의 떡볶이에 오징어, 감자, 새우, 고구마, 꽁치 튀김까지 편식하지 않으며 먹어대는 중이었다. 먹는 일에 대해서는 수연도 별로 뒤지지 않았다. 날씬한 허리에 쪽 곧은 두 다리, 매력적인 미모를 골고루 갖춘 수연이 먹는 것 하나만큼은 경이로울 정도로 끝내준다.

지방질이라고는 온몸을 더듬어 봐도 한 점 없는 수연의 식성이 그토록 대단하다는 것은 분명 기이한 현상이다. 보자만큼은 아니라 하지만, 그렇게 먹어대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뼈 속으로 살이 찌는 게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수연의 몸뚱이는 마치 잘 이겨진 찹쌀떡 반죽처럼 탄력이 팡팡 튄다. 한 마디로 통통했다. 그것도 야무지게였다. 팔이나 다리는 물론 소녀가 이미 아니기 때문에 부풀어 오른 두 가슴의 탄력은 아따따바를 찾는 부시맨의 탄력이상이다.

또한 수연의 히프는 고무공도 물침대도 견줄 수 없도록 탱탱 튕겨 나올 정도였다. 손가락으로 탁 튕길라치면 태앵탱! 하고 가야금의 줄 긁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던 것이다. 그와 같은 여자의 피부나 탄력을 일컬어 닭다리를 삶은 고기처럼 쫄깃하다고 표현하던가, 하여튼 몸매나 피부 혹은 관능미 하면 쥑여 주는 게 바로 수연의 몸매이다.

그와 같은 여성으로서의 가장 강력한 메가톤급의 핵탄두보다도 굉장한 장점과 더불어 또 하나의 특기를 가진 수연이다. 노래 솜씨가 그렇다. 특별히 작곡 사무실을 찾거나 노래에 미친 것도 아니다. 부모와 학교의 성화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학교와 부모는 수연으로 하여금 박사코스를 기어이 패스해서 대학 교수가 되라고 강요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래 솜씨가 박사의 열 배 정도다. 옛 가요로 시작해서 최신의 유행가요, 팝송, 가곡으로 이어지는 메들리에는 듣던 사람이 오줌을 질금거릴 정도로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더 하자면. 분위기에 따라 샴펜을 따라 주며 웃는 그 얼굴이 어딘지 모르지만 ‘옛 님을 닮았구나’를 부르스 곡으로 흐드러지게 불렀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를 배에서 나오는 목청으로 냉면발처럼 뽑아내는 저력도 과시했다. 옛 팝송에도 일가견을 갖추었다. 새드 무비에서 하와이안 웨딩송을 엘비스프레슬리의 로큰롤에 이르기까지 기똥차게 뽑아댔다. 비틀즈도 예외가 아니다. 노래의 천재라는 별명이 가히 어울리는 재능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끼가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절대로 절대로 그런 것은 없다. 타고난 미모와 몸맵시, 재능 등으로 미루어 명실공히 전 세계의 퀸의 왕좌에 오를 가치가 충분했다. 그게 바로 우리의 방수연의 모든 것이다. 우리의 수연에 대한 서설을 더 펼치지 않고서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난맥상에 빠질 게 분명한 만큼 그런 우는 절대로 범하지 않겠다고 이 순간 다시 결심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수연이 만큼 매력적인 여고생도 없었다. 그러한 수연에게 심각한 내면적 문제가 싹트고 있었다. 근엄하신 어른들이 들으면 당장, "고얀 것 같으니!" 하고 불호령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했다. 학교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보자 한 명 빼고는 권태롭고 불만투성이인 현실 속에서 그것은 전혀 새롭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