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5>

2014-12-05     한지윤

밤잠자리에 들 때, 아침 깨어날 때 공연스레 주위가 허전하게 느껴지곤 했다. 지가 벌써 뭘 안다고, 하며 비웃을 수도 있겠으나 그게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연이 허전하다고 느끼는 일종의 공허 상태는 불결한 게 아닌 것이다. 어른 들(남자든 여자든)이나 엉덩이에 뿔달고 호박씨 까는 지집애들이 어떤 때에 느끼는 핑크빛의 고독이 절대로 아니다.

수연의 공허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진솔하며 가장 순결한 것일 뿐이다. 남에 비해 때가 약간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수연의 성숙기였다. 초민학교 졸업과 함께 햇병아리 여중생이 되던 그 해 3월에 생리가 시작되었다. 몸의 균형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 때부터의 일이었다.

하루 밤 자고 나면 가슴이 쑥쑥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은밀하고 부끄러운 곳에 까실하게 돋아나기 시작했던 게 어느 날 갑자기 무성한 숲을 이루자 한동안 대중탕에도 가지 못했었다.

다른 여자들은 없는데 자기만 그런 곳에까지 머리칼이 돋는다고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 허지만 그것은 매우 미묘한 느낌이기도 했다. 또 감각이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분명히 자신의 몸인데 그게 누군가 다른 여자의 것으로 바뀐 게 아닌가 의심할 때가 있었을 정도였다. 여고생이 된 현재 시점에 이르러서는 피식 웃어버릴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당시 수연의 기분은 결코 그럴 수 없었다.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옷이 젖더라……
마치 그런 식의 느낌과 감정 상태에서 수연의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사춘기가 이미 훨씬 지나간 수연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보자의 말대로 제2의 사춘기가 시작된 걸까.

다 늙어서 망녕이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고, 요즘의 증세가 꼭 사춘기 시절의 그것과 비슷했다.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성숙함이나 여러가지 현상들이 새삼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또 무슨 곡절일까.

가끔씩 교실에 앉아 있다가 문득 멍청해지며 공연히 창밖으로 먼 산을 촛점 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산 너머 남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서일까?

내 님은 누구일까……
그림을 그리실까
신문을 읽으실까

그런 상태로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상태이면서도 일상생활이 약간은 혼동에 빠진 게 요즘 수연의 정확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러지 싶어 고개를 갸웃해 보기도 했다. 대답은 꼬리도 보이지 않았다.

철이 들려고 그러나 싶었지만 대답은 역시 마찬가지로 고개가 가웃거려질 뿐이다. 보통 고민되는 일이 아닌 수연의 입장이다. 그럴 때는 카운셀링을 필요로 하는데 불행하게도 수연에게는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학생 지도 주임이 있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이미 예외인 수연이고 보면 그 선생님 밖에 없었지만 불가능했다. 싫었다. 동기가 지저분하다고나 할까. 능글 맞은 학생지도주임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기껏 고민을 상담할라치면 자위행위 따위에 대해서나 장왕하게 설명하고, 주로 여고생들의 순진한 섹스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묻거나 아니면 공부 열심히 하면….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