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에 그친 자유선진당, 향후 과제는?

2008-04-23     이용진 기자

충남의 유권자들이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에 공식적인 견제구를 던졌다.
충남지역의 유권자는 지난 9일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그 견제세력으로 자유선진당을 선택했다.
그 결과 충남에서의 자유선진당 바람은 거셌다. 이 바람은 근거지인 충남을 넘어 대전 서구 갑을 뺀 나머지 대전 전지역을 휩쓸었다. 대전 대덕구에서 여론조사 결과 막판까지 선두를 지키던 3선의 통합민주당 김원웅 후보가 자유선진당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부여·청양에서는 한나라당 김학원 후보가 자유선진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전방문도 선진당 바람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 여세가 충북의 추풍령 고개까지 미쳐 보은·영동·옥천에서 선진당 이용희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모두 16석(대전6, 충남 10, 충북 8)을 놓고 겨룬 대전·충남권 총선 결과는 자유선진당 14석, 통합민주당 1석, 무소속 1석(논산 계룡금산 이인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민주당이 선전한 전국 상황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처참한 한나라당…박근혜 효과 기대 이하
대전·충남에서의 가장 성적표가 처참한 곳은 다름 아닌 참패를 맛본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대전과 충남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참패를 거뒀다.
특히 홍성·예산에서는 현역국회의원인 홍문표, 김학원 의원이 선진당 바람에 낙선했고 대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전격적인 지원 방문에도 불구하고 강창희 전 최고위원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로 인해 강 전 최고의원은 정계은퇴를 공식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충북에서도 단 1석(충북·제천·단양)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지역민들이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당선된 이후 지역 민의를 대변하는 데 의지나 능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이번 지역 공천결과가 ‘당원들의 의사와도 거리가 멀었다’며 ‘공천=당선’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판이 부른 패배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대전·충남지역을 사실상 석권했지만 대전·충남권을 넘어서지 못한 지역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비례대표를 합해 18석을 얻었지만 원내교섭단체 구성기준인 20석 확보에 실패해 지역주의에 기초한 ‘지역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무소속‘이인제’향후 어디로…
원내 교섭에 실패한 자유선진당은 정치적 역할의 제한성으로 지역민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지 여부를 놓고 시작부터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무소속 모셔오기’등 정치권 내에서는 치열한 ‘제 2영입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문을 열겠다”고 밝힌 것은 당면 목표를 ‘영입’에 맞추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특히 당 옮기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소속 이인제 당선자의 이후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선진당을 선택한 지역유권자들도 부담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에 기초한 투표 행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 정당에서 탈락한 예비후보가 자유선진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자마자 하루아침에 유력후보로 등극, 당선된 경우가 그 예다.
총선 직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된 진보정당 또한 의미 있는 득표에는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난 17대 총선 당시 충청권에서 평균 10%대 이상의 정당지지율을 얻었다. 이로써 국내 정치계는 또 다시 영남과 호남, 충청으로 나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