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2014-12-05     주정헌<홍성중 제16회>


가는 세월이 너무 무상(無常)합니다. 흔히 가을은 센치한 남자들의 계절이라고도 하지요. 이즈음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그리고 더 늙기 전에 그간 미루고 미루던 일정을 의기투합하여 1박2일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최건환(경주월드리조트 대표이사) 동문의 초청도 있었고 말입니다.

여행지는 학창시절 수확여행으로 다녀왔던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입니다. 지난달 22일 20명의 남자들이 모여 출발했습니다. 이날 날씨는 매우 청명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주마등처럼 스치는 산하의 단풍 빛깔이 으스러지도록 곱게 느껴졌습니다. 추수가 덜 끝난 황금 들녘은 얼마나 풍요롭고 보기 좋았는지요.

이제는 초로(初老)의 나이인 친구들의 얼굴색이 가을 풍광과 오버랩 되어 오늘 따라 유달리 젊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경주는 오후 3시경 도착했습니다. 친구 건환이와의 약속 시간이 좀 남아 우리 일행은 늦가을은 해가 짧다는 말에 서둘러 틈새 관광에 나섰습니다.

신라의 유구한 혼(魂)이 서린 천마총과 수많은 능(陵), 아직도 고고하게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반가운 첨성대를 둘러봤습니다. 4시 넘어 우리의 목적지인 경주월드리조트에 도착하니 친구와 임원들이 도열(?)하여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VIP가 된 기분이었지요.

우리는 단독 2층으로 지어진 통나무 숙소에 바로 짐을 풀고 경주월드리조트 내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친구(대표이사)의 멋진 멀티비전을 통한 회사의 시설, 연혁 등 자세한 설명과 안내를 들었습니다. 친구의 구구절절한 고향사랑에 대한 인사말을 들었지요.

그리고 우리 홍성중 제16회 총동문회가 준비한 감사패를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습니다. 그날 어둠에 깔린 월드리조트의 화려하면서도 고혹한 야경에 흠뻑 빠졌지요. 공포와 전율감을 주었던 초고속 360°모노레일(국내1대뿐인) 시승, 보문 한우(최상급 마블링)에서의 저녁식사가 이어졌습니다.

또 이튿날 찾았던 전통멧돌 순두부의 아침식사와 동해 바닷가 고래횟집의 맛집 코스 등 어느 것 하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듯싶습니다. 돌아 올 때도 아쉬운 마음인지 친구 최건환은 우리에게 선물보따리까지 한아름 안겨 주며 넘치는 환대를 베풀었습니다.

이에 고향신문의 지면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인정(人情)의 멋진 사나이 최건환(崔建煥)이여, 이제 출향해서는 고향사랑발전기금과 노인들의 효(孝) 잔치, 자라나는 후배의 향학(向學)열을 위한 문화체험행사 초청, 장학금 전달 등 그대의 많은 선행이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우리사회와 고향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가까운 때 서기(瑞氣)로운 홍성의 명산 용봉산 산행 행사를 마련하겠으니 그대의 친구가 빚(?) 좀 갚게 부디 꼭 오시라. 한없는 겸손한 마음씨와 무뚝뚝하지만 뚝심 있는 의리, 그리고 정의로 뭉친 참 좋은 친구 건환이여! 오늘도 건투를 빌며, 우리 파이팅 한 번 크게 외쳐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