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7>

2014-12-19     한지윤

날이 갈수록 머리 크고 어깨 벌어진 사내와 엉덩이 다 자란 여자가 어울리면 불순한 생각부터들 한다. 어른들이 특히 그렇다. 자기할 짓을 다 하면서도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편견적이다.
강남에서 야리야리 하게 휘어감기는 딸 같은 호스티스(혹은 콜걸도 마찬가지겠지만)와 침대 위에 있으면서, 그것도 벗은 몸으로 해괴마윽한 짓거리를 몽땅 하면서 집에 전화 걸어 놓고, "여긴 사업관계로 외국의 바이어들과 한 잔 하는 곳인데……" 하면서 외출한 딸은 들어왔느냐, 딸 버릇은 엄마가 길들이기 나름이다, 여자애한테는 몸이 생명보다 중요한데 혹시 그애 사내녀석들과 어울려 못된 짓 하는 거 아니냐며 부인을 다그치는 아버지가 있다고 치자.
어둠 속에서 불끄고 찾아보면 실제로 그런 위선자들이 도처에 발견될 테지만(옛적 어느 현직 교수에 의하면 서울 시내에서 하루밤 사이에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닌 소위 외도로 뿜어내는 정액이 몇 인치인가 되는 파이프로 하나 가득할 것라는 예상을 공개한 바도 있는데), 좌우간 그거야말로 기절할 노릇이다. 자기가 그러니까.
즉 자신이 그것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다 자란 딸 자식이 남자친구만 만나도 당장 뭐하는 줄 착각할 부모가 존재하는 슬픈 환경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공부해라. 우등생이 돼라. 널 위해 부모가 바친 희생이 액수로 얼마이며 정성은 또 얼마냐. 반드시 일류대학에 들어가 집안의 명예를 빛내라. 돈이 필요하다면 말해라.
그러나 연애는 하지 말라. 정욕에 빠지면 공부는 끝장이다. 연애 같은 건 이 다음 결혼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예 이성의 근처에도 가지 마라. 음탕해지면 일생 망친다. 등등. 우정과 연정. 기대했던 점심시간. 호동이 먼저 신중에게 의미담긴 눈짓을 보냈다.
수업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둘은 도시락을 까먹기 위해 같은 책상 앞에 모였다.
하지만 도시락 보다는 둘다 K여고 쪽에 생각이 기울어져 있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기를 잡는다. 그거였다.
"정말 괜찮을까?"
신중은 역시 신중했다.
그는 도시락 보다는 호동의 얼굴에 시선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호동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너 지금 점심 안먹어도 견딜 수 있겠니?"
"그건 상관없어."
"그럼 됐다. 별일 없을테니 두고만 보라구."
"너만 믿어."
"당연하지. 가자!"
그들은 다른 학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상태로 제빨리 교실을 빠져나왔다. 점심시간이면 교실의 분위기가 한껏 개판비슷해지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정문을 통과시키지 않아도 좋았다. 호동은 본관 뒤편으로 K여고쪽으로 나있는 비밀통로를 벌써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저러해서 무사히 학교를 빠져나왔을 때 다시, "정말 괜찮을까?" 하고 신중이 신중한 얼굴로 신중하게 물었다.
"짜식 걱정은, 간판의 글씨체만 본다는데도 그 일이 그토록 겁난다는 거냐?"
"정말 그냥 보기만 하고 돌아올 거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