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그림으로 '고암'을 만나다

3월 8일까지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서 전시

2015-01-02     서용덕 기자


대나무그림은 고암 이응노의 예술의 뿌리였다. ‘대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예술의 근본이다’ 이 명구는 이응노의 1975년작 묵죽에 그가 써 넣은 화제로 애죽헌(愛竹軒)이라는 당호(堂號)도 쓰여 있다.

이응노는 묵죽으로 서화를 시작해 어디에 있든 대나무와 동거했고 평생에 걸쳐 꾸준히 대나무를 그린 그의 그림을 ‘이응노, 대나무 치는 사람’을 주제로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에서 전시 중이다.

2전시실에서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화가로서 활동하며 제작한 대나무그림의 궤적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김규진·이병직·김진우 등의 그림을 ‘따라’ 그리다가, 이후부터 자기 그림을 찾아가는 대나무그림을 볼 수 있다. 이응노는 옛날 그림이라고 낙인찍힌 사군자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도쿄에서 뎃생, 유화, 수채화, 일본화 등을 배우면서 시골 풍경을 그리는 풍경화가로 변신한 가운데서도 대나무그림을 꾸준히 이어간 그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해방 직후 미군정을 거쳐 남북 분단, 한국전쟁 등으로 몹시 어지러운 시기, 그의 대나무그림은 옛 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움을 찾아간다. 대나무를 통해 역사를 회상하며 새 각오를 다지는 그림부터, 풍경화처럼 대숲을 그린 작품, 격식을 갖춰 문인이나 화가들과 합작한 그림, 옛 문인화 주제를 산뜻하게 새로 그린 작품 등 다양한 대나무그림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 전시실인 4전시실에서는 동백림사건(1967)이라는 정치적 수난 속에서 우애와 평등, 평화를 담은 이응노의 대나무그림을 볼 수 있다. 1970~80년대 그의 예술은 온통 춤판인데, 춤이라는 가장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응노는 모든 사람 사이를 이리저리 가르는 차별과 억압을 해소하고, 폭력에 저항하고,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그런 세상을 그린 이응노의 꿈을 볼 수 있다.

전시실 바깥에서는 이응노의 서릿발 같은 댓잎춤에 견줄 만한 김준권·박문종·송필용·홍성민 등 후배 세대의 미술가들이 대나무와 어떻게 교감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도 함께한다. 이번 전시전은 오는 3월 8일까지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