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8>
"그렇다니까. 내 말은 거기서 일단 마음에 와닿는 게 있어야 다음 단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야 이제 알겠니?"
"다음 단계의 계획이란 또 어떤 건데?"
"됐어. 이 사람아, 어서 가기나 하자."
"연상의 여인이라고 했지?"
신중은 호동의 뒤를 따르면서 그렇게 궁시렁거렸다.
K여고까지는 잽싼 걸음으로 갈 경우 5분도 채 소요되지 않을 거리였다. 이들은 호동을 선두로 어느 틈에 K여고 정문이 빤히 보이는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호동의 예상이 적중했다. 그 실력으로 찍으면 학력 고사에서 300 점 이상은 맞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방금 시험을 끝낸 여학생들이 재잘재잘 조잘자잘 흐응응(좀 야했다면 양해바람. 왜냐하면 흐응응이야말로 색깔있는 콧소리니까) 대며 교문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시험을 잡쳐서인지 아니면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찾으려는지 땅바닥만 내려다 보며 홀로 외롭게 걸어가는 고민파도 보였다.
하지만 대개는 멋대로 떠들거나 웃었다. 배추파는 아줌마 같이 뭉실한 앞가슴을 흔들어대는 여학생도 있었다.
"잘봐, 언제 걔네들이 나올지 모르니까."
호동은 신중에게 낮게 말하면서도 쏟아져 나오는 여학생들의 모습에 공연히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신중의 입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말이 흘러 나왔다.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뭐라고?"
"얼굴을 자세히 봐둘 기회가 없었거든."
"그것도 찾지 못하면 넌 평생 독신이다."
"어째서?"
"장가를 못갈 테니까."
"뭐라고?"
"봐아, 이불 속 깜깜한 곳에서도 정확히 찾아들어가야 되는 길이 있어. 그런데 대낮에도 찾지 못하다면 어디 신혼여행이나 가겠냐, 불켜놓고 볼일 보면 몰라도"
신중은 대답하지 않았다.
호동의 어른 같은 이야기가 도무지 귀에 생소했으며, 무엇보다 전날의 그 여학생들을 찾아내기 위해 시력을 돋구나 보니 코평수까지 넓혀져 교문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안뵈니?"
"글쎄……"
"혹시 쟤들 아냐?"
호동은 어울리는 한 쌍의 여고생이 경쾌한 몸짓으로 막 교문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턱으로 가리켰다.
신중의 눈이 더욱 커졌다.
"글쎄……"
"뭐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확실히 알 수가 없어."
"두 눈에다 쌍심지를 켜고 봐."
신중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뚱뚱이와 홀쭉이였다.
"호동아."
"뭐야?"
"거기 둘 중에 아주 탐스러운 한 쪽이 있지?"
"그래. 네 말대로 징그럽게 탐스럽구나."
"그앨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해 그런데 같이 나온 애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