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9>

2015-01-23     한지윤
무엇인가 신중의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뚱뚱한 여고생이 그때의 일행이었다면 함께 걷고 있는 멋진 여고생도 그 일행이었으리라는 사실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너무 멋졌기 때문이다.
"맞는단 말이지?"
그렇게 묻던 호동이 갑자기 낮게 괴성을 터뜨렸다.
"히야!"
그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호동은 아직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는 신중에게 다시,
"분명 저애들이 맞니?"
하고 다그치듯 물으며 덩치를 흔들어댔다.
"가만 있어 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그런 거야, 그런 것 같은 거야?"
"가만, 이쪽으로 오고 있다. 가까이서 봐야겠어."
이 순간 신중과 호동이 동시에 둘 중에 한 여학생의 미모에 넋을 잃고 있는 게 분명했다. 두 명의 상대적인 여학생은 무엇인가 지껄이며 신중과 호동이 멍해져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신중이 난색을 나타내면서 재빨리 호동에게 물었다.
"어쩌지?"
호동이 대답했다.
"할 수 있니, 돌아서서 모르는 척 할 수 밖에."
"그래야겠구나."
그들은 얼른 골목길 쪽에 향해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여학생들의 말소리가 발음도 정확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연아."
"응?"
바로 수연과 보자였다. 앞으로의 어떤 운명을 예고하듯 신중이 대번에 만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힘이 도와준 것이다.
"전날 아침에 걔 말야."
"누구?"
"있잖니, 버스에서 만났던 애."
수연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자 보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임신한 남자애 말야."하고 약간 언성을 높이자 비로소 수연도 알아들었다.
"아아, 임신중?"
"그래."
순간 신중의 두 귀가 쫑긋해졌다. 호동은 신중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아프도록 쥐어박았다. 맞다. 게보린! 하는 식이었는데 수연과 보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남자애 이름이 그게 뭐니, 글쎄. 나 하마터면 쉬쌀 뻔 했어."
보자의 그 말에 호동이 두 번째로 신중의 옆구리를 쥐어질렀다. 두 여학생은 가까운 곳에 남학생 둘이 있다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수연은 그것으로 다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려는 의도인 듯이,
"그래도 멘스중 보다야 훨씬 부드럽게 보이더라."
하고 거침없이 대꾸하며 보자의 팔을 잡았다.
"그애 어느 학교였지?"
"내가 보니까 요옆에 있는 S학교였어."
"맞았어. 그 학교 앞에서 우리와 같이 버스를 내렸지, 참!"
"너 왜 관심이 많으니, 아직 우리보다 어려 뵈던데?"
"그건 그래."
"왜, 실망했니?"
"실망은, 내가 언제? 너야말로 관심있는 거 아냐?"
"쏠직이 남동생처럼 생각되더라."
"어머어머, 너 아직 모르는구나."
"뭘?"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