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0>
"이상한 짓?"
"그래. 내 친구가 그러는데, 같은 동네에 살면서 누나누나하고 따르기에 귀여워해 줬더니 글쎄……"
"왜?"
"말도 마."
"어쨌는데?"
"데리고 영화구경을 갔는데 글쎄…… 글쎄 요게 슬그머니 가슴을…… 그것 뿐인 줄 아니? 나중엔 글쎄…… 얘, 말도 마……"
그 다음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보자가 뭐라더니 갑자기 거대한 몸집을 흔들며 웃어댔고 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았는데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자세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됐다."
호동의 세 번째 팔꿈치 강타가 신중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신중은 늑골이 휘청하는 충격과 더불어 하마터면 나동그러질 뻔했다.
그렇다고 아픔을 노골적으로 나타낼 수도 없이 어금니를 악물면서 참았다.
잠깐 뒤에야 신중은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뭐가 돼?
볼멘 소리였다.
"난 벌써 찍었다."
"찍었어?"
"그렇다니까!"
호동은 기세 좋게 큰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너 분명히 봤지? 그 정도면 우리한테는 신데렐라야.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구. 넌 아니니?"
신중은 다시 순간적인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호동이 역시 날씬한 여학생을 찍은 게 아닐까 두렵기까지 해서였다. 재빨리 생각해 본 신중은,
"그런데 한 애는 좀……"하고 넌즈시 말끝을 흐리며 호동의 표정을 면멸히 관찰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호동은 그 말을 텔레파시처럼 벌써 알아들었다.
"탐스러운 그 애 말이니?"
"으응…… 부담스러워서……"
"어떠니, 복스럽게 생겼던데."
의외로 선선히 나오는 호동의 반응에 신중은 재빨리 그리고 필사적인 역공을 가했다.
"그럼 넌 그 애가 맘에 드니, 탐스런 그 애가?"
신중은 확실히 수연의 모습에 넋을 빼앗겼다. 진부한 얘기같지만, 하늘에게 선녀가 하강해서 K여고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학생으로 변신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발톱 끝까지 긴장해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공연히 호동이와 함께 왔구나, 하는 의리 물 말아먹을 이기심까지 가슴 속 어느 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을 정도였고 보면 그 마음 짐작하고 남을 일이었다.
좀 더 진보적으로 설명하자면 신중은 벌써 자신이 호동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심각한 라이벌 내지는 삼각관계까지 생각했다. 보나마나 호동이도 수연이 한테 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뜻밖이었다. 신중의 그 같은 고민이 그토록 쉽게 해결될 줄은 짐작도 못했다. 성격 탓인지 하여간 보자 같은 여자는 질색인 그였다. 트럭으로 가득 실어다 진열해 놓아도 그 근처에 조차 가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고민 고민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