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진산 백월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건강과 마음의 행복 찾는 숲길 여행<1>
주민들 “백월산에 둘레길 조성 필요하다”
기존 등산로·차로 자연스럽게 연결 가능
명품길로 개발하면 지역발전 도움될 것
홍성은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충절의 고장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걷기문화가 확산되면서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에서 걷기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고 여가활동과 백세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을 찾거나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홍성은 오서산을 시작으로 남산과 보개산, 백월산, 용봉산 등이 이어지면서 산을 활용한 숲길과 옛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 곳이다. 더불어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이야기, 역사문화 유산을 연계한 이야기를 발굴한다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성의 진산인 백월산은 홍성읍 서쪽에 있는 해발 394m의 비교적 높은 산이다. 옛 고을에는 꼭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진산(鎭山)이 있었다. 관아가 등을 지고 있는 진산에는 흔히 외침을 대비하는 산성이 있었고, 고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당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홍성사람들은 백월산을 홍성의 진산으로 여기고 있으며, 경관이 아름답고 산행하기에도 좋은 산으로 꼽는다. 백월산은 예부터 무속인들이 많이 오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백월산 산신제 역시 지금까지 계속돼 오고는 있으나 화재손실과 너무 많은 무속인들의 방문으로 등산객들의 불편 등을 이유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백월산에 휴식과 예술작품 감상, 레포츠를 겸할 수 있는 테마공원이나 이야기가 있는 숲길, 둘레길 등을 조성한다면 어떨까. 패러글라이딩 등 레저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림휴양공간으로 조성한다면 홍성읍 남산과 백월산, 용봉산을 잇는 천혜의 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에는 백월산을 비롯한 오서산, 용봉산 등의 명산이 산재해 있어 전국적으로 많은 산행객이 몰리고 있지만 정상을 오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과 달리 트래킹족들이 선호할 만한 걷기 코스는 내포문화숲길 코스 이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트래킹코스로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백월산을 꼽는다. 백월산은 홍성군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홍성읍을 품안에 안고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홍성읍 전경은 물론 충남도청신도시와 서해바다, 전국적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백월산 정상에 전망대나 천문대 등을 건립하고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비행을 즐길 수 있도록 활공장을 만들고, 중턱 부근에는 등산객들이 편안하게 삼림욕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숲길이나 둘레길 조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백월산은 충절의 산이다. 산머리 거대한 바위를 등지고 벼랑 위에 홍주청난사중수비와 청난사가 있다. 청난사는 선조 29년 7월 임진왜란 중 이몽학의 난을 평정한 홍가신 등 다섯 충신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산머리에 충신의 사당이 있는 곳은 홍성 백월산 뿐이다. 해마다 음력 정월 열나흘 날 아침 5시에 이곳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백월산은 경술국치를 전후해 많은 홍주의병들이 이 산으로 들어와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 백월산 곳곳에는 민속신앙의 기도터가 많다. 청난사도 민속신앙의 당집을 겸하고 있다. 사시사철 제물이 차려져 있고 자주 굿판이 벌어지곤 한다. 당집 앞에는 지름 30㎝ 정도의 둥근 구멍이 파져 있는데 옛날에는 이 구멍에 소피를 받아 단군제의 제물로 썼다고 전한다.
백월산은 용봉산과 높이가 비슷하다. 기암이 많은 점도 비슷한데 기암괴석과 바위봉은 용봉산이 훨씬 더 많다. 거기에는 나름의 전설이 전해진다. 아주 옛날 백월산 장군과 용봉산 장군이 아름다운 마을에 살고 있는 예쁜 여인 소향을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였다는 전설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산에는 거대한 돌들이 있었는데, 투석전을 벌인 끝에 백월산 장군이 이겼다. 그때 백월산 장군이 던진 돌이 훨씬 더 많이 용봉산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용봉산에는 거대한 바위와 기암들이 쌓여 작은 금강산처럼 절경을 이루고 있다. 용봉산 장군이 던진 돌은 상대적으로 적어 백월산에는 용봉산에 비해 기암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향도 백월산 장군에게 시집을 갔는데 이런 연유에서인지 지금도 홍성읍에는 소향리라는 마을이 있으며, 백월산 쪽으로 더 가까이 치우쳐 있다.
하지만 백월산은 이런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지는 등의 사연을 담고 있으면서도 홍성읍에서 가장 가깝고 홍성을 대표하는 산이면서도 둘레길이나 숲길 조성 등의 개발을 통해 활용하려는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백월산에 숲길이나 둘레길을 조성한다면 지역을 알리는 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관광자원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홍성사람들은 백월산이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실상은 가까이 하지 못하고 멀리 다른 지역의 산들을 즐겨 찾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군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건강과 휴식공간으로 전국에서 찾는 관광객들에게 마음의 행복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홍성읍의 한 주민은 “백월산의 숨겨진 지리적 여건을 잘 살려 체계적으로 개발한다면 부가적인 발전 요소들이 많이 잠재돼 있으며, 특히 홍성읍 원도심 공동화 방지와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조성과 맞물려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도청신도시 조성으로 인구유입이 예상되고 지리적으로도 안락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내재돼 있는 산이다. 홍성군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주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월산을 좀 더 친숙하게 개방하고 개발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관광객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곳,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자랑할 수 있는 명품 길로 개발한다면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목적의 효용가치가 있다”며 둘레길이나 숲길 등의 개발을 제안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만약 백월산에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산불예방을 위한 임도를 체계적으로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며 “백월산의 중간고도인 해발 200미터 정도의 높이에 소방차가 지나갈 정도의 폭으로 임도를 겸한 둘레 길을 조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많은 낙엽이 쌓여 만약에 산불이라도 나면 접근이 곤란해 신속한 초동 진화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필수적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러한 제안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백월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의아해 할 것이다. 실제 백월산에는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자연스런 둘레길이 있다. 백월산 둘레길은 지역의 등산애호가인 최명수(57) 미당한우 대표가 지난 2014년 손수 조성했다. 최 대표는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니면서 몇 해 전부터 백월산에도 둘레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동호인 몇이서 사비를 들여 조성한 백월산 둘레길은 전체 7~8km나 되며 3~4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구간이다. 월산리, 황곡리, 오봉리, 갈오리, 홍천문화마을을 거치며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는 코스로 연결됐다. 앞으로 홍성군에서 둘레길이나 산책로 등을 조성할 경우 현재 실제로 이용하는 둘레길 코스를 참고로 타당성을 검토해 실행한다면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성군은 이미 농촌 전통테마마을인 구항면 내현리 거북이마을 일대에 생태탐방로인 ‘솔바람길’을 조성했다. 솔바람길은 거북이마을에서 할매바위, 범바위, 곰보바위 등 7개 바위의 전설이 전해지는 보개산까지 5.8㎞의 구간에 군비 8000만 원 등 모두 1억6000여만 원을 투입했다. 차제에 백월산에도 해발 200여m 높이에 5~6m 폭으로 시골길 형태의 6~7㎞ 정도의 둘레길이나 산책로 조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이정도의 거리이면 자동차로 30여분, 자전거로 1시간 남짓, 도보 3~4시간 정도로 적합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백월산을 오르는 등산로 8군데와 기존의 차로가 조성된 3군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주변 접근과 통행이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백월산 주변의 자연환경과 여건을 살리면 사계절 군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월산은 숲이 우거져 있기 때문에 산림욕의 기능과 효과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명산으로 큰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