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2>

2015-02-23     한지윤

뜻밖의 호동의 반응에 신중은 잠깐 어리둥절해졌다. 자신이라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연과 보자 중에 보자를 택하는 조건이라면 빵 아니라 최고급 이태리 마카로니라도 거절했을 그였다.
신중은 심각해지려는 표정을 감추며 학교 근방의 단골빵집으로 호동을 데리고 갔다. 제과점이 아니고 주로 건빵과 고기만두가 전문인 집이다. 주머니 사정은 부모덕분에 언제나 두둑해서 뭐든지 사줄 수 있었지만 호동이 찐빵이나 고기만두 같은 종류를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그 집에 갈 때마다 호동의 메뉴는 거의 비슷했다.
고기만두에 소녀 젖가슴만한 찐빵을 섞어서 3인분, 떡라면 곱빼기에 고춧가루를 시뻘겋게 뿌려서 먹어치운 다음 입가심으로 떡볶이 3인분을 또 해치우는 것이다.
대단한 식성 덕분에 그 집 주인은 호동이 들어서는 순간 벌써 얼굴에 화색이 만연하곤 했다. 모든 학생들의 식성이 호동이 같으면 금방 떼부자될 것 같았을 게 분명했다. 호동이 혼자서 올리는 매상이 샌님 같은 학생 다섯 명이 올리는 액수보다 많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러 명의 손님을 치루는 것보다 번거롭지 않아서 좋았다. 몸집이 커서 약간 그랬지만, 그 점도 다섯 명이 들어와 북적대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고, 진취적이었던 것이다.
언제나처럼 문 열고 들어오는 호동만 보면 벌써, “학생 왔어?” 하면서 온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떠올리는 주인이었던 것이다.
당연했다. 학생들이 비좁은 홀을 가득 채우고 와글와글 끓어 봤자 한 명이 500원이면 열 명에 5000원 매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호동이 같이 굵직한 고객을 반기지 않는다면 그 주인은 당장 빵장사집어 치워야 합당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예기치 못했던 일이 거기에서 또 일어났다. 정말 신중으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가 자칫 신경쇠약 증세를 일으킬지도 몰랐을 일이 뜻 밖에도 아주 쉽게 해결된 것인데, 신중은 그걸 두고 기적이라고 하는가 싶어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을 정도였다
그것도 신중이 뭐라고 묻거나 간곡히 부탁하기도 전에 호동이 편에서 먼저 말했다.
“있잖니, 신중아.”
“?……”
이 순간까지도 신중은 영문을 모르며 전전긍긍 했다.
“난 말야, 여자를 보는 눈이 따로 있어.”
“그래?”
“넌 어쩐지 모르겠는데, 반들반들한 앤 딱 질색이야.”
“반들반들?”
“결론적으로 말하지. 아까 그 두 명 말이야. 그 가운데 반반하고 여우할멈처럼 생긴 애 있지?”
“!……”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이 수연의 모습을 떠올린 신중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난 그런 애보다 그 옆에 있던 듬직한 애가 맘에 들었어.”
“!……”
두 번째로 이번에는 다른 의미에서 가슴이 덜커덕 내려앉는 것을 느낀 신중이다.
“아무래도 내 등치와 어울리지 않겠니?”
“그, 그거 정말이니?”
신중은 더듬거렸다.


… <계속>